세마춤
2021.03.03 03:32
세마춤
백색 동그라미다
묘지의 달빛 같은 찬란한 유령이고
무한으로 돌다가 돌아버린 혼령들의 언어다
슬며시 흘러드는 물결소리
한쪽으로만 돌아가는 창백한 숨결이
부르지 않았는데 빙그르르 내속으로 들어온다
나를 입은 혼이 나를 돌리자
나는 제자리걸음으로 펄럭이는 한 장의 헝겊이 된다
한 발 한 발 돌릴 때마다 몸피는 하얗게 커지고, 숨소리는 파란 조각으로 떨어지는,
내 몸에서 나의 소리를 듣고 있을 때 몇 겹 심장에 들어 있는 너를 그만
보고 만다
가려진 줄 알았는데
세상이 다 너였던 그 해
너는,
너무 멀리 있었다 겨울이 파랬다
나는 춥고 가파른 모서리를 얼마나 꽉 움켜쥐고 있었던가
나를 입은 그가 생소한 눈빛을 내리깔고 있다
빙글 등이 보이는 순간 나를 나눠가진 그를 뜯어내고
뛰쳐나왔다
종아리에 쥐가 나기 시작했다
(2020년 미주한국소설 초대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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