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마춤
2021.03.03 03:32
세마춤
백색 동그라미다
묘지의 달빛 같은 찬란한 유령이고
무한으로 돌다가 돌아버린 혼령들의 언어다
슬며시 흘러드는 물결소리
한쪽으로만 돌아가는 창백한 숨결이
부르지 않았는데 빙그르르 내속으로 들어온다
나를 입은 혼이 나를 돌리자
나는 제자리걸음으로 펄럭이는 한 장의 헝겊이 된다
한 발 한 발 돌릴 때마다 몸피는 하얗게 커지고, 숨소리는 파란 조각으로 떨어지는,
내 몸에서 나의 소리를 듣고 있을 때 몇 겹 심장에 들어 있는 너를 그만
보고 만다
가려진 줄 알았는데
세상이 다 너였던 그 해
너는,
너무 멀리 있었다 겨울이 파랬다
나는 춥고 가파른 모서리를 얼마나 꽉 움켜쥐고 있었던가
나를 입은 그가 생소한 눈빛을 내리깔고 있다
빙글 등이 보이는 순간 나를 나눠가진 그를 뜯어내고
뛰쳐나왔다
종아리에 쥐가 나기 시작했다
(2020년 미주한국소설 초대시 )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3 | 아름다운 회상 | 정국희 | 2014.05.28 | 163 |
42 | 늙은 호박 | 정국희 | 2015.03.18 | 162 |
41 | 최명희의 『혼불』 이해와 감상 | 정국희 | 2016.06.08 | 160 |
40 | 이영광의 시 (고사목) 감상 | 정국희 | 2019.02.09 | 157 |
39 | 시에서의 리듬의 속성,존재양상 | 정국희 | 2015.10.28 | 157 |
38 | 기도 [5] | 정국희 | 2019.05.21 | 151 |
37 | 다음 생이 있다면 | 정국희 | 2014.12.03 | 138 |
» | 세마춤 | 정국희 | 2021.03.03 | 121 |
35 | 몸 속 비밀을 읽다 | 정국희 | 2015.01.02 | 103 |
34 | 노스캐롤라이나의 밤 | 정국희 | 2016.01.28 | 102 |
33 | 배정웅시인의 시 감상 | 정국희 | 2017.10.09 | 100 |
32 | 사막은 슬프다 외 3편 | 정국희 | 2015.11.27 | 98 |
31 | 자갈치 외 4편 | 정국희 | 2017.04.16 | 94 |
30 | 가끔씩 | 정국희 | 2020.07.18 | 92 |
29 | 늙은 호박(KBS 한국어 능력시험 출제 작품) | 정국희 | 2022.01.13 | 88 |
28 | 유토피아 | 정국희 | 2015.01.17 | 86 |
27 | 딩요 | 정국희 | 2014.12.09 | 83 |
26 | 미주시학 '이 계절의 시' '다음생이 있다면' | 정국희 | 2017.02.28 | 82 |
25 | 어머니 | 정국희 | 2015.11.17 | 81 |
24 | 봄날은 간다 | 정국희 | 2019.02.17 | 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