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3

2008.02.28 14:24

정국희 조회 수:517 추천:76




        소리3
             들토끼
        
        시린 도시 하늘 밑
        꼬불꼬불 검불 속에
        마련한 거처 하나
        여닫을 문이 없어 열쇠가  필요 없고
        밟힐 꼬리도 없어
        들고 나는 것이 가뿐한,

        민첩함이 전 재산인 그들
        새들처럼 소리는 낼 수 없어도
        그들에게도 그들만의 소리가 있어
        제빠른 몸놀림으로
        사랑을 전언하기도 하고
        몰스부호같은 신호로
        위험을 타전하기도 한다

        눈치가 빤하여
        평생을
        한가지 표정만 하고 있어도
        슬픈지 기쁜지 다 판독하는
        그들의 무언이
        안 들린다고 해서
        소리가 없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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