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
2008.08.28 11:07
미역
마른 세월 꺼내 물에 담근다
머뭇대던 완도 아가씨
부끄러운 듯 살포시 몸을 풀고
푸른 물결로 다시 일어서자
나즈막히 날던 갯내 묻은 갈매기
얼른 물살 틀어 고향가는 길을 연다
가슴 속에 바다를 펼쳐두고 산 세월
가물가물 멀기만 하던 앞섬이
출렁임으로 안부를 묻고
눈에 익은 방파제는
하얗게 부서진 물비린내로 두팔을 벌린다
지금은 주택은행 지점장이라고 했던가
나의 첫사랑이던 그 애가
파도가 방파제를 넘던 바람 많은 밤
친구를 핑계로
하숙집엘 갔었는데
문만 열어 주고
눈치도 없이 들어 가버린 그애는
그런 내 마음을 알고나 있었을까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막 드는데
물길 틔어준 갈매기
돌아 가자며 조른다
추억은 추억으로 있어야 한다며...
젖은 몸을 그만 건져 올린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3 | 이성복의 남해금산 작품 감상 [2] | 정국희 | 2017.01.17 | 411 |
42 | Drive Through | 정국희 | 2017.01.18 | 20 |
41 | 이상의 날개 작품 감상 | 정국희 | 2017.01.21 | 983 |
40 | 한국 현대시 문학사 | 정국희 | 2017.01.26 | 807 |
39 | 김종삼의 시 민간인 감상 | 정국희 | 2017.02.05 | 272 |
38 | 이영광의 버들집 시 감상 | 정국희 | 2017.02.20 | 275 |
37 | 미주시학 '이 계절의 시' '다음생이 있다면' | 정국희 | 2017.02.28 | 82 |
36 | 친정집을 나서며 [2] | 정국희 | 2017.03.05 | 61 |
35 | 정현종의 시 두 편 감상 | 정국희 | 2017.04.06 | 309 |
34 | 자갈치 외 4편 | 정국희 | 2017.04.16 | 94 |
33 | '목줄' 시작 메모 | 정국희 | 2017.04.28 | 61 |
32 | 김수영의 시 '돈' 감상 | 정국희 | 2017.05.05 | 275 |
31 | 배정웅시인의 시 감상 | 정국희 | 2017.10.09 | 101 |
30 | 유목론에서 다양체의 원리 | 정국희 | 2018.01.13 | 492 |
29 | 순환의 힘 | 정국희 | 2019.01.28 | 34 |
28 | 알함브라의 사랑 | 정국희 | 2019.01.29 | 46 |
27 | 왼쪽을 위한 서시 | 정국희 | 2019.01.30 | 43 |
26 | 로스앤젤레스, 천사의 땅을 거처로 삼았다 | 정국희 | 2019.02.03 | 71 |
25 | 늑대의 조시 | 정국희 | 2019.02.08 | 54 |
24 | 방과 부엌 사이 | 정국희 | 2019.02.08 | 6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