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

2008.08.29 14:07

정국희 조회 수:626 추천:87





        모녀


        출근길,시동 걸자마자
        들리기 시작한 고양이 울음 소리
        달도 아닌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
        귀신이 곡할 소리는
        속력을 낼 수록 악을 써댔다

        불길한 예감으로 콩닥콩닥
        다시 집으로 와
        구석구석 소리를 뒤지는데
        차 밑 기계 틈새에 까만 새끼고양이
        겁에 질려 울고 있었다

        오냐오냐 달래도 도통 무섭다는 듯
        어미 떠난 길 쪽 행여행여 바라보며
        어린 소녀가 어둠 속에 앉아 있었다

        어느 방과 후
        마을 어귀 웅성거림 속
        하얀 구급차 한 대 급히 떠난 후
        대문에 귀를 대고 살던 어린 소녀
        대문 밖 수없이 기웃거리다 잠든 밤이면
        엄마가 왔나 봐요!
        할머니 흔들어 깨울 때 마다
        아니여! 그것은 괭이 소리여 하시던

        그 괭이 언제 왔는지 야웅 부르자
        별 수단을 다 써도 뻐팅기며 울던 것이
        불쑥 튀 나온다

        얼굴 부비며 걸어 가는 두 모녀
        죽는 줄만 알았다고
        이제는 괜찮으니 안심하라고
        끄떡끄떡 오순도순 걸어 가고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 데쓰 벨리 정국희 2010.01.14 712
42 빈 칸 정국희 2009.12.23 671
41 친정집을 나서며 정국희 2009.12.01 637
40 완도 정도리 깻돌밭 정국희 2009.11.05 879
39 백자 정국희 2009.11.01 639
38 아줌마라 불리는 여자 정국희 2009.09.06 781
37 시간 속에서 정국희 2009.09.06 635
36 그것은 욕망인가 정국희 2009.08.20 670
35 가재미의 말이다 정국희 2009.08.20 727
34 놋그릇 정국희 2009.08.15 705
33 멸치젖 정국희 2009.08.15 728
32 고구마 순 정국희 2009.08.13 545
31 맨살나무 숲에서 정국희 2009.08.11 575
30 마네킹 정국희 2009.08.11 544
29 죄송합니다 정국희 2009.05.26 550
28 시간 정국희 2009.01.22 649
27 파도 정국희 2008.11.19 731
26 카페에서 정국희 2008.10.25 643
25 진실 정국희 2008.10.11 625
24 불면으로 뒤척이다 정국희 2008.09.18 723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5
어제:
6
전체:
88,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