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시를 쓰는 곳
2010.09.22 13:36
달이 시를 쓰는 곳
이만큼이나 살았으면
정 붙을 법도 한데
머리 세도록 살았어도
정 안 붙고 설풋한 이국땅
몇 날을 앓아누워 운신을 못해도
알맞게 간한 죽 한 그릇 들고와
한술 떠보라며 입바람 후우 불어주는
인정스런 이웃 없는 곳
윗 옷을 뒤집어 입은 채
하루를 고스란히 보내도
That"s none of your business 라며
함부로 상관 안해 편한 듯 해도
미국말 물 흐르듯 줄줄 할 줄 몰라
자존심을 근으로 달아 팔아버린 곳
눈에 촉수를 세우고
마른자리만 오지게 딛고 다녔어도
밤을 등에 기대면
진자리만 회창회창 더트고 다닌 듯
결린 어깨로 두엄 냄새 넘어오는 밤이면
그리운 쪽으로 돌아누워도
원추리 꽃 같은 허연 헛것이
차란차란 보이는 곳
올 사람 다 왔다고
문 걸어 잠그는 소리 들릴 때마다
객지 냄새 풀풀나는 둥근달이
기웃기웃 울적한 시를 쓰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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