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라 불리는 여자
2009.09.06 06:38
아줌마라 불리는 여자
오랜만에 머리 한 날
늦가을 나무처럼 듬성듬성한 정수리
자존심으로 세워 놓고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세요"하는
관에서 허가한 거짓말을
올올이 마음에 담고
하늘 밑을 활보한다
몸 안에 세 애기를 키워 내놓은 여자
그래도 아직 예쁜 여자
낭창낭창한 햇빛 끌어 당겨
스물 셋 봄날에 정지시키고
코스모스 제철이라고 하늘대는
고색창연한 건물 옆을
저도 하늘대고 걸어간다
오만 치다꺼리로 감나무 표피를 닮아가는
두루뭉실한 몸
한때는 이효리 저리가라 쎅시했다면
누가 믿을까
운명적 끌림이라면
일생을 내던질 잉걸불
아직도 가슴 속에 남아 있는데
누가 나를 아줌마라 하는가
기껏 콧대 세우고
한들한들 걸어간 곳
고작 수산시장
식구들 저녁꺼리로 회 한 접시 급히 떠서
종종걸음 치는 집밖에는 없는 여자
반주로 쐬주 한 잔 알딸딸 걸칠 여자
그래, 아줌마라 불러다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3 | 데쓰 벨리 | 정국희 | 2010.01.14 | 712 |
42 | 빈 칸 | 정국희 | 2009.12.23 | 671 |
41 | 친정집을 나서며 | 정국희 | 2009.12.01 | 637 |
40 | 완도 정도리 깻돌밭 | 정국희 | 2009.11.05 | 879 |
39 | 백자 | 정국희 | 2009.11.01 | 639 |
» | 아줌마라 불리는 여자 | 정국희 | 2009.09.06 | 781 |
37 | 시간 속에서 | 정국희 | 2009.09.06 | 635 |
36 | 그것은 욕망인가 | 정국희 | 2009.08.20 | 670 |
35 | 가재미의 말이다 | 정국희 | 2009.08.20 | 727 |
34 | 놋그릇 | 정국희 | 2009.08.15 | 705 |
33 | 멸치젖 | 정국희 | 2009.08.15 | 728 |
32 | 고구마 순 | 정국희 | 2009.08.13 | 545 |
31 | 맨살나무 숲에서 | 정국희 | 2009.08.11 | 575 |
30 | 마네킹 | 정국희 | 2009.08.11 | 544 |
29 | 죄송합니다 | 정국희 | 2009.05.26 | 550 |
28 | 시간 | 정국희 | 2009.01.22 | 649 |
27 | 파도 | 정국희 | 2008.11.19 | 731 |
26 | 카페에서 | 정국희 | 2008.10.25 | 643 |
25 | 진실 | 정국희 | 2008.10.11 | 625 |
24 | 불면으로 뒤척이다 | 정국희 | 2008.09.18 | 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