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생

2010.02.19 15:59

정국희 조회 수:867 추천:130


어느 일생        

                

비닐 슬리퍼에
몸빼바지 깡뚱 올려 입고
다라이 머리에 인 채
버스에 오른 노파
짱짱한 눈빛이
나이 따윈 구차하기만 하다

난전에서 닳아진 생명줄
바닥에 내려놓자
오래 이고 있었던 듯
뭉개진 머리털이
거친 길 굴러온 검불 같다

팔다 남은 건지
새로 산 건지
허름한 비닐에 덮혀있는 옥수수 몇 개
다순기가 빠져 나갈세라
꾹꾹 다독이는 나무등걸같은 손엔
험준한 한 생애가 골마다 배어있다

야윈 가슴 팍에                 
콕콕 박혀있는 알갱이들이
오목한 눈으로 기다리고 있을
손주 새끼들만 같아
끙! 내린 정류장을 뒤로하고
한 쪽 팔을 만장같이 흔들며
노을길 바삐 걸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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