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미의 말이다

2009.08.20 15:02

정국희 조회 수:727 추천:99




가재미의 말



눈이 한쪽으로 몰아 붙은 도다리는
처음부터 그런게 아니었다고 한다
어느 갠 날
어지러운 것들이
어지럽게 끌고다니다
무작정 놓아버린 바람에
멍하니 있다
마른 벼락을 맞아서 그렇다고 한다

열 길 물 속 말갛게 알았어도
한 길 바람 속 몰라
그저 지나가는 바람이거니 생각했던 바람이
청천벽력 날벼락으로
삶의 종지부를 찍던 날
눈 안에서 사내 하나가 걸어 나가버리자
자연히 눈이 한쪽으로 쏠렸다고 한다

도다리를 보면
전생의 아픈 흔적을 보는 것 같아
두 눈 바짝 고정시키고 헤엄친다는
가재미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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