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층 남자

2008.03.27 15:00

정국희 조회 수:644 추천:81



위층 남자


연 사흘 밤을 홀딱 지샌 다음 날
밤이 무서워
벌건 포도주 한 병 내밀고 사정했다
제발 잠 좀 자게 해달라고

얇은 판대기 경계로 놓고
즈그는 방바닥으로
우리는 천정으로
나눠 쓰는 처지도 모르는
덩치 큰 백인
위층으로 이사 온 뒤부터
밤마다 온 신경을 집중 시켰다

리드미컬하게 흔들리는 침대 소리는
그나마 참아줄 만 했다
간헐적으로 들리는 개평 뜯는 소리도
그러려니 했다
한 굽이 넘겼으면 잘 일이지
푸르딩딩한 새벽이 올 때까지
우지끈, 부시식, 삽질해대는 소리가
맨입으로는 가망 사망도 없더니
넓은 술이 들어가 속이 널따래 졌는지
며칠째 조용ㅡㅡㅡ하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3 패싸움 정국희 2010.10.31 653
142 꿈자리 정국희 2010.11.11 680
141 꼬막 정국희 2010.11.30 724
140 오냐 정국희 2010.12.18 677
139 디아스포라의 밤 정국희 2011.01.02 696
138 똥꿈 정국희 2011.02.01 905
137 나이아가라 정국희 2011.02.13 683
136 등을 내준다는 것 정국희 2011.03.13 871
135 청실홍실 정국희 2011.04.07 730
134 나의 아바타 정국희 2011.04.20 687
133 정국희 2011.05.22 620
132 한국일보 창간 42주년 기념 축시 정국희 2011.06.12 589
131 바람아 정국희 2011.07.17 521
130 가끔은 정국희 2011.08.17 591
129 영정사진 정국희 2011.08.31 571
128 다음 생이 있다면 정국희 2011.09.12 583
127 포쇄 정국희 2011.09.25 711
126 기도 정국희 2011.10.01 637
125 정국희 2011.12.13 556
124 물방을 정국희 2011.12.28 637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2
어제:
5
전체:
88,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