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말

2013.02.18 02:20

정국희 조회 수:560 추천:47

남의 말



현관문이 사선으로 마주 보는 우리 앞 집은
늙도 젊도 않은 게이 부부가 살고 있습니다

며칠 전 혼자 사는 옆집 할머니
딩동! 시시콜콜 눈빛으로 들어와선
듣는 사람도 없는데
작은 소리로 큰 소식을 알려주고
짤짤 도리머리 흔들며 나가셨습니다

동네 우세라고 뒷말 간신히 삼킨
내막인즉슨
앞집 남자들이 글쎄 아기를 입양했다는 거였습니다
우유야 엄마가 있어도 소젖 먹이는 세상이라 그렇다치고
아빠만 둘인 아이는 이담에 크면 얼마나 헷갈릴지...

에라! 내 알 바 아니지 하다가
피죽도 못 먹어 애들이 죽어 나가는 세상인데
잘 키워 사람 만들면
그것 또한 좋은 일 아닌가 생각하니
독종도 머리 맞대고 있으면 순해 보인다고
삼 년 남짓 마주 보고 산 그 부부가 갑자기 선한 목자 같습니다

저저끔 자기세상 사느라고 분망한 세상
무슨 이조시대라고 남의 삶에
감 놔라 대추 놔라 설레발 칠 건덕지가 없습니다
순리가, 자연이
때로는 사람 생각과는 다룰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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