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말 · 마종기

2010.08.10 10:22

유봉희 조회 수:634 추천:103




바람의 말 · 마종기


















































  

바람의 말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 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고

 우리가 알아서 얻은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릴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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