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어머니 / 신달자

2008.01.19 12:33

유봉희 조회 수:838 추천:81

  작은 어머니

신 달 자


아버지보다 스무살이 아래인 그 여자
하얀 노인이 되어 임종을 맞아 누워있네

아버지의 물이 저 여자의 어디까지 스미게 했을까
앙상한 뼈가 한개 성냥개비 같다

돌아누운 그 여자 꽁지뼈가 솟은 못 같다
살가웠던 아버지의 더운 손을 저 뼈는 기억하고 있을까

엉덩이가 한 바가지만 하다고
그걸 육자배기처럼 흔들어 아버지를 꼬신다고
어머니 독 묻은 욕을 소나기로 맞던
그 엉덩이 살은 다 어디로 갔나

아들 두엇 낳았지만 호적엔 아직 처녀인 팔순의 뼈
저 여자 등짝에 붙은 이름은 늘 세 번째 첩이었다

아버지가 아버지의 몸으로 쓸어간 아랫도리나
어머니가 어머니의 손으로 뜯어간 머리카락은 먼저
이승을 떠났지
밋밋한 신생아 그것 같다

작은 어머니!
누구나 그년이라고만 부르던 차가운 귀에
마지막 선물로 정확한 호칭을 불러주었다
반시신이 부드럽게 펴지듯 눕는다
붉은 황톳물이 여자의 생을 다 훑고 내 어깨에 와서
파도친다

형님요
그곳에 가서도 머리를 땅에 대고 어머니를 부를까
아버지의 입이 저승사자의 입에 들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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