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이상한 세 단어 - 비스와바 심보르스카

2010.08.18 12:47

arcadia 조회 수:7886 추천:29




가장 이상한 세 단어 - 비스와바 심보르스카 (Wislawa Szymborska,1923~)





































가장 이상한 세 단어




- 비스와바 심보르스카 (Wislawa Szymborska,1923~)







내가 “미래” 라는 낱말을 입에 올리는 순간,

그 단어의 첫째 음절은 이미 과거를 향해 출발한다.




내가 “고요” 라는 단어를 발음하는 순간,

나는 이미 정적을 깨고 있다.




내가 “아무것도” 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이미 무언가를 창조하게 된다.

결코 무(無)에 귀속될 수 없는

실재하는 그 무엇인가를 ….







- 시집 〈끝과 시작〉 中 (문학과지성사,2007)






 흠! 언어의 ‘불확정성 원리’ 를 짚은 세련된 시다. 앞의 두 연은,

‘우리는 새로운 것을 알 수 없다. 아는 순간 헌 것이 되니까’ 라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은 과거에 대한 지식이다.

왜냐하면, 아는 순간 그건 과거가 돼 버리니까.

끝 연은 거기에 언어와 인식의 모순을 덧붙인다.

“그는 아무것도 아니야” 라 말할 때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한 ‘아무것’

을 기술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한 단어가 이 시에 나온 셋 뿐일까?

가령, ‘나는 겸손하다’ 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이미 겸손하지 않은 거고….

<황인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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