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 전경린 / 나비의 꿈 · 장자(莊子)

2011.12.17 10:10

arcadia 조회 수:815 추천:25




‘나 비’· 전경린 / ‘나비의 꿈’· 장자(莊子)














































‘나 비’




··· 전경린








이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온 줄 몰랐어요

당신 손을 잡고 당신 눈길을 따라가느라

이렇게 높은 곳에 올려진 줄도 몰랐어요

날개라도 달린 듯




그런데 당신은 없고

이렇게 높고 외딴 곳에 나만 남겨졌어요

세상은 나를 향해 일제히 불을 꺼버렸는데

나 혼자 어떻게 내려가나요




이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가 없는데

내가 한 발도 못 움직일 거라는 거 당신도 알잖아요
















나비의 꿈



"내가 어젯밤 꿈에 나비가 되었다.

날개를 펄럭이며 꽃 사이를 즐겁게 날아다녔는데

너무도 기분이 좋아서 내가 나인지도 잊어버렸다.

그러다 불현듯 꿈에서 깨었다

깨고보니 나는 나비가 아니라 내가 아닌가?

그래 생각하기를 아까 꿈에서

나비가 되었을때는 내가 나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꿈에서 깨고보니 분명 나였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정말 나인가,

아니면 나비가 꿈에서 내가 된 것인가?"






호접지몽(胡蝶之夢)은

'물아(物我)의 구별을 잊음' 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로

장자(莊子)의 제물론편(齊物論篇)에 나오는 이야기다.



장자는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로서

성은 장(莊), 이름은 주(周, BC385~290)이다.

전쟁이 끊이지 않는 불안한 시대에 살았던 그는

인간의 참 자유가 무엇인지를 사유하게 되었고,

그 자유를 추구하는 일에 평생을 바쳤다.



장자가 어느 날 꿈을 꾸었다.

나비가 되어 꽃들 사이를 즐겁게 날아다녔다.

그러다가 문득 깨어보니 자기가 분명 장주가 되어 있었다.

이는 도대체 장주인 자기가 꿈속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아니면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된 것인지를 구분할 수 없었다.

장주와 나비는 분명 별개의 것이건만

그 구별이 애매함은 무엇 때문인가?

이것은 사물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

아니면 그 사이에 어떤 구별이 있는 것인가?



장주와 나비 사이에는 절대적인 변화는 없다.

장주가 곧 나비이고 나비가 곧 장주라는 경지,

이것이 바로 장자가 말하고자 하는 세계이다.

물아(物我)의 구별이 없이 만물일체의 절대경지에서 보면

장주도 나비도 꿈도 현실도 구분이 없다.

다만 보이는 것은 만물의 변화에 불과할 뿐인 것이다.

이처럼 피아의 구별을 잊는 것,

또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를 비유한

호접지몽이야말로 덧없는 우리의 인생 자체가 아니겠는가?



장자가 보기에 인생이란 그저 한낱 봄꿈(일장춘몽)에 불과하다.

세상살이 모든 게 웃으며 시작했다가 웃으며 끝나는 것이라고...

인생을 바람과 같이 소요(消遙)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道家에서는

사람들에게 한바탕의 너털웃음처럼 살 것을 권고한다.
인생 일장춘몽의 꿈속에서

무엇을 욕망하거나 성취한다고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목표다.

인생의 덧없음을 인정하고 깨우칠 때 진정한 자유인이 된다는 의미의

이 寓話는 철학적인 글이지만 한편의 시로서도 예술적 가치가 있다.



-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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