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돌을 읽어보다

2018.01.27 03:37

유봉희 조회 수:101

몽돌을 읽어보다

 

찰랑이는 물가에서

돌들은 하나같이 둥그러지고 있었다.

살아 온 내력이 같아서인지

둥글게 사는 것이 한 생의 목표인지

누가 그들의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을까

 

몽돌은 저마다 색과 무늬를 입고 있다

소금기 절은 상처가 제 무늬로 떠오르기까지

바람과 파도는 얼마나 긴 시간을 치유의 입술로 보냈을까

그 아득한 걸음 문득 엄숙해져

사열대 지나 듯 돌밭을 걷다가 돌 하나 집어 들었다

몸통엔 파낸 듯 알파벳글자와 흘림 철자가

뒤 암반에는 수사슴 한 마리가

선사시대를 뛰어 넘어오고 있다

 

아무래도, 어느 멀고 먼 시간 넘어서

어떤 이가 보낸 메시지인 것 만 같아

마음은 금방 날아오를 날개 짓으로 부풀어 오르지만

내 어리석음은 바다 깊이로 내려 앉아 있고

나의 지혜는 물 위에 살얼음 같아서

건너 갈 수가 없구나

 

돌의 둥근 모양을 감싸며 눈을 감는다

다시 파도 소리 바람 소리

먼 듯 가까운 듯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 언제나 U eubonghee 2018.01.27 84
19 유봉희 2018.01.27 84
18 맷돌 eubonghee 2018.01.27 94
17 들녘에 서다 eubonghee 2018.01.27 78
16 저수지를 돌아보며 eubonghee 2018.01.27 78
15 퇴행退行 연습 michael kim 2018.01.27 102
14 매듭 유봉희 2018.01.27 85
13 바다코끼리의 꿈은 경계에서 완성한다 eubonghee 2018.01.27 85
12 eubonghee 2018.01.27 76
11 손 접시 eubonghee 2018.01.27 76
10 해국이 핀다 eubonghee 2018.01.27 76
9 사철 우는 뻐꾸기 eubonghee 2018.01.27 78
8 방향키를 놓아버리다 eubonghee 2018.01.27 88
» 몽돌을 읽어보다 유봉희 2018.01.27 101
6 그늘을 밀어내다 유봉희 2018.01.27 91
5 수평을 엎지르다 유봉희 2018.01.27 84
4 잠시 부풀다 유봉희 2018.01.27 91
3 갈매기는 아직도 그곳에서 꿈을 나른다 [2] 유봉희 2018.01.27 92
2 보고 싶다 세바람꽃* 유봉희 2018.01.27 101
1 하늘의 창 [2] 유봉희 2018.01.25 184

회원:
3
새 글:
0
등록일:
2015.03.17

오늘:
13
어제:
27
전체:
858,4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