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코끼리의 꿈은 경계에서 완성한다
2018.01.27 04:28
바다코끼리의 꿈은 경계에서 완성한다
바다코끼리들 모래사장에 한판 잠에 쓰러졌다
바다에서 뭍으로, 다시 뭍에서 바다로
여권도 세관 검사도 없는 느슨한 경계지에
허리 풀어 놓은 잠
긴 코도 넓은귀도 없이 바다코끼리로 불리는 그들
그들의 거주지엔 아예 S라인 이란 말이 있을 리 없어
도시와 마을에서 온 사람들은 잠시 느긋해진다
1월의 찬바람으로도 식지 않는 그 무엇인가
자다가도 짧게 돋은 팔로 모래를 끼얹고
큰 몸통을 바퀴로 굴려
갈대 듬성한 모래둔덕에 다시 눕는다.
열 발짝 거리로 다가가 보면
선명한 상처 자국들
지금은 쓸쓸한 바람이불을 덮고 잠에 들었지만
상처 입은 몸통은 큰 항아리
잠겼던 울음이 발효되었다가 메아리로 돌아온다.
바다코끼리의 다음 계절을 보고 싶다.
피 흘려 싸울 때도
이렇게 _()_
합장하는 두 손 모양을 만드는 그들
조금 멀리서 다시 바라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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