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긴밤, '소금화석'을 읽고 |
감상글 · 2002-12-26 |
동짓날 긴밤, '소금화석' 을 읽고 그 감동을 전해드립니다.
- 글 : 주경림
검은 몸에 하얀 점 박혀 있는 돌
그곳은 깊은 겨울 밤
흰 눈 내리고 있네
끝없이 내리고 있네
잊었던 고향 밤, 흰 눈 내리는 밤
그 돌속에 들어와 있었네
눈밭에 발자국 자꾸 찍으며
고향 길 가고 있네.
-돌 속에 내리는 눈-
딱딱하고 무정한 돌멩이, 이음새도 없고 구멍도 없는 그 거칠거칠한 표면을 시인의 부드러운 눈길로 활짝 열으셨군요.
찔러도 피 한 방울 흘릴 것 같지 않은 돌멩이 속에 희고 부드러운 눈이 펑펑 내려,
겨울 밤 깊어지는 만큼 조용히 쌓여 끝없이 이어지는 고향 가는 길이
펼쳐지며 돌멩이 속이 무한대의 시간과 공간으로 펼쳐지는군요.
돌멩이 속 세상에서 흰눈 맞으며 쉬엄 쉬엄 눈밭에 발자국 찍다가,
돌아보니 다시 내린 눈으로 그 발자국 설핏하게 지워지고---
다시 새 발자국 내며 앞길을 걸어가는 시인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합니다.
동지날 밤, 돌 속에 내리는 눈 세상에서 잠시 길을 잃어도 좋을 것 같아 검은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는 밤 속으로,
유봉희 시인님의 시 속으로 끝없이 걸어들어가 봅니다.
뜨겁게 달구어진 불볕을 삼켜, 마음 속, 몸 속 활활 타오르는 담금질의
시간을 거쳐 물에도 시간에도 결코 녹지않을 흰뼈처럼 단단하게 굳은 결정체,
'소금화석' 의 시편들을 쏟아내는 소금화석 창고가 되시길 빌겠습니다.
아마 온몸을 묶어놓기도 하고 풀어주기도 하던 '날개가시' 의 가시들도 소금 화석 속에 바늘처럼 박혀 더욱 단단해지도록 버팀목이 되어주겠지요.
소금화석 창고에서 독자들의 마음에 '싱그러운 느낌표', 를 찍어 줄 시들이 !!!!!!!!!!!!!!!!!
줄줄이 튀어오를 날을 기대해봅니다.
산과 들, 바다에 흩어져있는 야생의 거칠은 나무 한 그루, 바위 덩이 하나, 돌멩이 한 조각,
낙과가 된 과일 한개도 시인님의 '시의 정원'으로 들어오면 모두 착한 본성을 되찾은듯 얌전해지고 단아한 모습으로 바뀌는군요.
모두가 품격을 갖추고 제자리를 찾은 듯 조화를 이룬 시의 정원으로 들어온 무법자인 저도,
시인님의 마법에 걸려 그만 한 풀 꺾인 채 흔적을 남기는 일이 없도록 조심조심 다녀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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