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유봉희 시집 [몇 만년의 걸음]
- 글 : 조정권/ 2006-05-29
유봉희의 시는 소박하고 사소한 자연의 사물이나 존재의 근원적인 본질을 읽어내는 내밀한 눈을 지니고 있다.
그의 시가 매혹적인 것은 존재 그 자체를 인식하는 힘보다 근원적으로 해석하는 견자(見者)로서의 눈동자에 있다.
이 해석의 눈동자는 한없이 가벼운 사물과 현상의 이면에 감추어진 안 보이는 중심을 응시할 때 더욱 빛난다.
시인은 소금쟁이를 ‘흐르는 물살에 마음을 묶는 존재들’로 보지만
놀라운 것은 ‘흐르는 물살’에 가 닿아 있는 예리한 시인의 눈길이다.
시인은 콩을 통해서도 ‘허울을 벗지 않으면 싹트지 않는’ 마음에 가 닿기도 한다.
시인은 시집 도처에서 일관되게 중심점은 여러 개임을 말하고 있다.
그 중심을 통합화하려는 시인의 내면세계의 풍부한 상상력과 그 해석학적인 시의 지평이 더욱 깊고 넓어지기를 기대한다.
조 정 권(시인)
§ 3. 유봉희 시집 [몇 만년의 걸음]
- 글 : 김종회/ 2006-05-29
유봉희는 멀리 태평양 너머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한국어로 시를 쓰면서, 그 현지에서 글쓰는 사람들이 항용 그러한 ‘지나친 모국에의 경도’를 넘어서 있다.
그의 시적 관심은 모국의 지연과 혈연, 어리고 젊은 날의 추억, 미처 다 풀어내지 못한 감정의 응어리들을 뛰어넘어 매우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시적 대상으로 향한다.
심지어 그가 미국에서 체험하는 산맥, 바다, 동물과 같은 이국적 대상들도 어느덧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정서의 범주로 포괄되어 있다.
이는 그의 시적 관심이 폭넓은 시야와 안정된 균형감각을 담보하고 있음을, 동시에 그의 시세계가 더욱 수준있게 확장되어 나갈 것임을 말해준다.
김 종 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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