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수단을 쓰기로 한다
비닐 봉지에 땡감을 담고
사과 한 알을 같이 넣어 봉한다
귀 기울여 들어보면
어리둥절한 사과와 땡감이
서로 무관심한 척 등 돌리는 소리
며칠을 두었다가 들어보면
어느새 말랑말랑 말 트는 소리
한 이틀 잊은 듯 참았다가 열어보면
발그레한 홍시의 얼굴
이 가을엔
아예 마음의 모든 잠금쇠를 풀어놓고
그저 땡감과 함께
밀봉한 봉지 속에 며칠을 앉았다가
그리운 이가 삼십 촉 눈길로 바라보면
뼈도 살도 단물로 녹는
홍시가 되어 볼까
유봉희 ‘홍시 만들기’ 전문 |
이 아침의 시 / 김동찬 |
땡감을 홍시로 만들기 위한 비상수단이 있다고 한다. 바로 사랑이다.
사랑을 하며는 예뻐져요 하는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발그레한 홍시의 뼈와 살도 단물로 녹는다. 물큰 단내가 향기롭다.
여름의 떫은 일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 사과나 땡감도 모두 가을로 들어갈 차례다.
아직 덜 익은 곡식, 과일들은 마지막 햇빛을 받아 마저 익게 될 것이다.
거두고, 나누고, 감사하고, 사랑하고, 기뻐할 일만 남았다.
- 미주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0년 9월 16일자, 김동찬 시인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