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새… 1-14

2012.04.21 07:25

유봉희 조회 수:358 추천: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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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마리 새

유 봉 희


주차장 공터 전기줄에
밑창 해어진 운동화 두 짝이
각각 따로 놀던 끈을 서로 매고
먼 산 능선을 잡아놓은 두 줄 사이에
덩그러니 흔들리고 있다
저 혼자 힘으로 그곳까지 올랐을 리 없지만
던지는 순간
남은 온 힘을 보탰을 것이다
가던 길을 잠깐씩 놓을 때마다
깊은 하늘을 꿈꾸었으므로
비상을 꿈꾸었으므로

해풍이 불어온다
저 산 넘어 어디쯤 바다인가
폐활랑을 늘리며 날아오르는 운동화
까마득히 지상의 길은 멀어지고
지상의 집들 점점 사라지고
드디어 하나의 세상 열린다

여행자가 차를 멈추고 바라보는 하늘에
구름도 몸을 키우며 올려보는 하늘에
새 두 마리, 찍힌다





 첫날처럼 Comme Premier Jour - Andre Gag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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