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 산너울
2022.01.30 17:09
산들이 너울너울 춤을 춘다.
파도처럼 밀려오며 춤을 춘다.
좀 더 가까이, 혹은 멀리 자리한 모습이 의연하다.
그들은 서로 자리 다툼을 하지 않는다.
너 잘났네 나 잘났네 다투지도 않는다.
그 자리는 오래 전 저 위에 계신 분이 앉혀 주신 곳.
뜨거운 태양이 내리 쬐는 여름날이나 눈바람 몰아치는 겨울날에도 꿈쩍하지 않고 제 구도를 그리며 산다.
다만, 깎이고 깎이며 면벽수행할 뿐이다.
산이라 한들 어찌 아픔이 없으랴.
몸 구석 구석 박힌 돌에서 세월이 훑고 간 상채기를 본다.
저 홀로 비망록에 적어 놓을망정 내색하지 않는다.
다만, 계절따라 나무들 새 잎 돋게 하고 꽃 피우게 한다.
가끔은 오솔길과 샘물 숨겨 두고 우릴 부른다.
뒷산은 앞산의 배경이 되어 주고, 앞산은 뒷산의 멘토가 되어준다.
먼 산들을 보며 귀가 하는 길.
산들이 자꾸만 말을 걸어 온다.
말 없는 산이여, 널더러 어찌 말 없다 하리오.
너는 천년 함묵으로 설법하는 큰 스님.
혹은, 따순 눈빛 하나로 산상수훈을 전해주는 예수님이다.
파도처럼 너울치며 오는 능선이여.
네 품에 안길 날 멀지 않았으니, 바다를 사랑했던 나도 너랑 좀더 친해져야 할까 보다.
(202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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