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시 - 혼자 노는 새 + 시작 메모
2019.03.01 01:07
사랑이 떠난 자리
세월은 오고 가고
하늘은 푸르러
구름 한 점 없는 날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하나
갸웃대는 새 한 마리
머잖아 봄이 오면
사방팔방 열릴 꽃길
왁자한 잎의 노래
푸르름 더하련만
그때는
어느 가지에 앉아
잃어버린 노랠 찾나
<시작 메모>
이른 새벽, 둑방길을 따라 뛰다 혼자 노는 새 한 마리를 만났다. 길에 떨어진 빵을 열심히 쪼고 있는 중이었다. 녀석, 뛰어 오는 내 발자국 소리에 놀랐는지, 종종걸음으로 비켜 섰다. 그 모습이 하도 앙증스러워, 가던 길 멈추고 다음 동작을 지켜 보았다. 이 녀석, 내가 못미더웠는지 훌쩍 날아 높은 나뭇가지에 올라 앉았다. 저는 나를 내려다 보고 나는 저를 올려다 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서로 바라 보았다. 그 순간, 마음이 짠해 왔다. 무리에 섞이지 못하고 혼자 노는 새가 마치 독거 노인이나 왕따 당하는 아이처럼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상상은 늘 가지를 치기 마련이다. 그러지 않아도 ‘아웃사이더’에게 남다른 애정과 연민을 느끼는 성정이라 더 애잔했다. 일제히 날아 올라 군무를 펼치는 새떼들을 보면 멋있거나 아름답다는 생각뿐, 그다지 내 마음에 긴 여운을 남기진 않았다. 하지만, 높은 가지에 홀로 앉아 있는 새는 마음 속 잔영으로 남아 긴 여운을 주며 떠날 줄 모른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668 | 자유시 - 그대 이름은 * | 지희선 | 2007.04.13 | 421 |
667 | 오리 공원에서 | 지희선 | 2012.10.17 | 420 |
666 | 시조 - 바다새 | 지희선 | 2007.09.23 | 419 |
665 | 시조 - 낙엽(1) | 지희선 | 2007.09.23 | 416 |
664 | 연시조 - 봄비 오는 밤의 연정* | 지희선 | 2007.09.19 | 413 |
663 | 어미의 사계 | 지희선 | 2011.09.25 | 409 |
662 | 깨진 바가지 | 지희선 | 2012.12.29 | 406 |
661 | 마지막 날을 엄마와 함께 | 지희선 | 2012.07.08 | 401 |
660 | 연시조 - 로즈 힐로 가는 길* | 지희선 | 2007.09.23 | 401 |
659 | 연시조 - 연잎* | 지희선 | 2007.09.19 | 398 |
658 | 문장만들기 십계명 - 남상학 | 지희선 | 2011.12.25 | 395 |
657 | 포토 에세이 - 쌍둥이 민들레 | 서경 | 2020.04.28 | 394 |
656 | (포토 에세이) 하얀 코스모스/ 사진; 김동원 | 지희선 | 2012.10.01 | 394 |
655 | 시조 - 기다림* | 지희선 | 2007.09.19 | 394 |
654 | 시조가 있는 수필 - 안나를 위한 조시 | 지희선 | 2013.09.15 | 391 |
653 | 연시조 - 백사장 갈매기 떼* | 지희선 | 2007.09.19 | 387 |
652 | 62. 우리 글 바로 쓰기 - 작품집 또는 작품 표시 부호/이승훈 | 지희선 | 2011.11.13 | 381 |
651 | (포토 에세이) 돌아오지 못한 배- 사진/김동원 | 지희선 | 2012.01.05 | 379 |
650 | (포토 포엠) 태종대 해변길 - 사진/김동원 | 지희선 | 2012.02.09 | 374 |
649 | (포토 포엠) 균열- 사진/김동원 | 지희선 | 2012.02.09 | 3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