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 산책
2020.04.03 17:15
곧게 뻗은 아스팔트 길도 좋지만, 굽어드는 흙길도 좋아라.
느림의 미학을 배우는 한갓진 봄날 오후.
하늘은 푸르고 마음엔 꽃물이 들어라.
무슨 말이 필요하리.
가끔은 ‘침묵 속의 공감’이 백 마디 말보다 나은 것을.
같은 시간과 공간 속에 걷는 두 사람.
함께 걷는 이 사소한 행복도, 훗날엔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추억이 되겠지.
어차피 인생은 앞서가고 뒤서가는 길.
가는 길에 순서 없고, 흐르는 시간은 쉬임 없다.
유한하기에, 아쉬움 더하고 분 초가 귀한 날들이다.
어제는 지나 갔고 내일은 오지 않았으니, 다만 오늘을 즐길 일이다.
굽어 돌아가면 무슨 풍경이 나올까.
기대에 부풀어 내딛는 발걸음이 가볍다.
희망에 속아 살아도 산구비는 돌아들고 언덕은 넘어야 하리.
‘악한 이나 선한 이나 다 자고 가는 저 구름’이라던 박종화의 장편 소설 마지막 글귀가 떠오른다.
피고 지는 꽃처럼 명멸하는 목숨 속에 나 여기 살아 있다.
푸른 하늘 여전하고 목화솜 흰구름 오늘도 말이 없는데.
(사진 : 피터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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