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겨자색 코트
2019.10.19 06:23
옷 욕심이 없다 생각했는데 겨자색 코트를 보자 구매 충동이 인다.
심플한 디자인에 내가 좋아하는 색이다.
까만 터들넥과 바지에 부츠를 신으면 겨울 패션으로는 딱이다.
가격도 겨우 $58.
내 자신에게 이 정도의 선물을 한들 사치는 아닐 성싶다.
날씨도 시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조석간에 선들선들하다.
사이즈까지 스몰로 정해 놓고 살까 말까 고민 중이다.
그런데 입어보지도 않고 온라인으로 주문한다는 게 좀 마음에 걸린다.
보는 거 하고 입는 거 하고는 또 다른 얘기일 수도 있다.
만약, 어울리지 않으면 반품해야 하는데 그것도 좀 번거로운 일이다.
나는 역시 아날로그다.
가게에서 이 옷을 봤다면, 분명 사고 봤을 터.
그만큼 마음에 든다.
나이가 들면 ‘있는 옷도 다 못 입고 죽는다’며 쇼핑을 자제한다는데 아직 난 그 정도는 아닌가 보다.
제 몸매나 어울림은 생각지도 않고 마음은 벌써 그 옷을 입고 거리에 나서는 거다.
전화기에 뜬 광고 사진을 보다가, 딸에게 텍스트 메시지를 보냈다.
“이거 마음에 드는데 어찌 생각하노? 엄마한테 어울릴 것 같나?”
딸아이하고는 어릴 때부터 거울 앞에서 패션쇼를 하며 서로 옷차림을 봐 주곤 했다.
그러고보니, 엄마하고도 그랬던 것같다.
이제 딸은 자주 못 보고 엄마는 딴 나라로 가 버리셨으니 이런 재미 볼 기회도 없어졌다.
그 재미도 사는 재미 중의 하나였는데...
아- 쉽- 다.
사라져 가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는 듯, 삶의 재미를 하나씩 잃어가는 게 못내 서운하다.
하지만, 잃어가는 생활의 재미도 되찾기는 노력하기 나름.
그냥 사 버려?
내 마음은 벌써 80% 사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딸은 뭐가 바쁜지 아직 답이 없다.
허긴, 답 바라고 보낸 메시지도 아니지 않는가.
마음적으로 ‘동의’를 받고 싶었던 게지.
다시 찬찬히 광고 사진을 드려다 본다.
겨자색 코트를 입은 마음은 어느 새 외출 준비 중이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628 | 빗속에 울리던 북소리 | 지희선 | 2013.09.15 | 314 |
627 | (포토 에세이) 선자령 눈바람이 그려낸 묵화 한 점 - 사진/김동원 | 지희선 | 2012.10.01 | 310 |
626 | (포토 에세이) 나무와 하늘 - 사진/김동원 | 지희선 | 2012.02.09 | 307 |
625 | (포토에세이) 나뭇잎 사랑 | 지희선 | 2013.12.23 | 304 |
624 | 겨울 대나무 | 지희선 | 2013.02.20 | 304 |
623 | 둥근 산 | 지희선 | 2013.01.04 | 304 |
622 | (포토 에세이) 민들레 | 지희선 | 2013.04.26 | 300 |
621 | (포토 에세이) 가시와 별/사진;김동원 | 지희선 | 2012.06.16 | 299 |
620 | 포토 시 - 파리 한 마리 + 영역 [2] | 서경 | 2018.07.04 | 295 |
619 | 3행 시조 - 산.수.유 (글마루 봄 문학기행 시제) | 지희선 | 2013.03.23 | 294 |
618 | 2013.2.8(금) 첫눈 온 날 | 지희선 | 2013.02.19 | 292 |
617 | 데기, 데기, 번데기 [1] | 서경 | 2016.10.12 | 291 |
616 | 포토 시 - 하트 구름 | 서경 | 2018.06.25 | 289 |
615 | (시조)강물 | 지희선 | 2013.05.25 | 289 |
614 | 일기방은 소소한 일상과 내 속내를 털어놓는 방입니다. | 지희선 | 2013.02.19 | 289 |
613 | 포토 시 - 씨앗 | 서경 | 2019.12.25 | 286 |
612 | 인터뷰-신부님,우리 신부님/최대제 로베르토 신부님 [4] | 서경 | 2018.07.10 | 286 |
611 | 내게 있어 수필은......(아포리즘 수필) | 지희선 | 2013.10.13 | 285 |
610 | 기차는 강물처럼 | 지희선 | 2013.03.01 | 283 |
609 | 포토 시 - 강아지풀 | 서경 | 2017.11.05 | 2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