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 휘어진 소나무
2019.02.25 15:35
주일 새벽이면 해피 러너스가 모이는 세리토스 공원.
왼쪽 편에 호수가 있고 그 곁에 눈길을 잡는 소나무 한 그루가 있다.
휘어진 곡선이 범상치 않다.
하늘 향해 위로 치솟는가 했더니, 땅에 곤두박질 쳐 코를 박았다.
그렇게 끝나나 싶었는데, 다시 하늘을 향해 푸른 솔잎을 키워 올렸다.
마치, 굽이치는 강물 같다.
아니, 롤러 코스트 같은 우리네 삶을 닮았다고나 할까.
전나무는 쭉쭉 곧게 올리는 게 멋이라면, 소나무는 휘어져야 제 멋이다.
굴곡진 삶이라 하여 어찌 아름답다 하지 않으리요.
탄탄한 아스팔트 길보다 구불구불한 오솔길이 더 흙내 짙고 운치 있는 길임에랴.
휘어진 소나무는 키 큰 나무를 샘 내지 않고 자유롭게 공중을 나르는 새도 탐하지 않는다.
오직, 대지를 움켜쥔 채 오늘도 뿌리에 힘 주고 섰다.
새는 자유롭게 나르는 것으로 행복하지만, 나무는 평생을 붙박고 살아도 안정된 삶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우리도 저마다의 자세로 제 구도를 그리며 살아간다.
어떤 사람은 쭉쭉 뻗은 전나무 같은 삶을, 어떤 이는 온갖 풍상 겪으며 굴곡진 삶을 산다.
어느 것 하나도 귀하지 않는 삶이란 없다.
다만, 형태가 다를 뿐이다.
돌아 보면, 내 삶도 휘어진 소나무와 같았다.
크고 작은 일들로 이리 휘고 저리 휘면서 오늘의 삶이 이루어졌다.
희,노,애,락이 만들어 놓은 운치 있는 소나무다.
오 헨리의 말처럼, 인생이란 흐느낌과 훌쩍임과 미소로 빚어진 것.
때로는 울고 더러는 웃으며 살아온 삶이다.
굽이치는 거센 강물로 흐르다, 이제는 강 하류에 이른 나이. 언젠가는 너른 바다에 안길 편안함으로 오늘도 천천히 낮게 흐른다.
휘어진 소나무에 내 삶을 투영해 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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