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수필 - 코로나 사별
2021.12.16 14:29
연 걸린 가지 끝에
까치밥 남겨 놓듯
지나온 세월 두고
홀연히 떠난 정인
환송식
없는 이별은
안녕조차 못하겠네
한 해가 저물고 있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면, 사람들은 늘 ‘다사다난했던 한 해’라고 말한다. 그만큼, 우리네 삶은 이야기가 많은 것일 게다.
생,노,병,사. 어찌 보면 이 넉 자로 표현되는 인생에 무슨 사연이 그리도 많은지. 한 권의 장편 소설로도 모자라, 아예 전집을 내야 한단다.
올 3월부터 본격적으로 창궐한 코로나 사태로, 거의 ‘방콕’생활을 했는데도 크고 작은 일들이 내게도 많았다. 그 중에서도 충격적인 일은 뜻하지 않은 정인들의 부고였다.
물론, 코로나로 돌아가신 건 아니지만, 하필이면 이 기간에 돌아 가시어 장례식에 참석조차 할 수 없었다. 가족과 성직자, 장의사 담당 등 소수로 숫자 제한을 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함께 일하며 정분을 쌓아 왔던 두 사람과, 아버지같은 내 영적 지도 신부이신 모 신부님의 부고는 심히 충격적이었다. 나는 아직도 안녕을 못하고 있다.
이 세상 사는 동안 못할 일이 이별이요, 그 중에서도 상실의 슬픔이 극대화 되는 사별이다. 어쩔거나. 부활의 소망 속에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릴 수밖에. 세 분과 올해 돌아가신 지구촌의 모든 영혼들을 위해 삼가 명복을 빌며 고개 숙인다.
(2020. 12)
(사진 : 뉴스 영상)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88 | 자유시 - 인생 우화 | 서경 | 2018.07.05 | 79 |
387 | 포토 시 - 음표로 앉은 새 떼 + 영역 [2] | 서경 | 2018.07.07 | 79 |
386 | 포토 시 - 용추 계곡 | 서경 | 2018.08.01 | 79 |
385 | 포토 에세이 - 계절은 오고 가고 | 서경 | 2018.10.27 | 79 |
384 | 포토 시 - 타는 저녁놀 | 서경 | 2018.11.03 | 79 |
383 | OC 마라톤 [2] | 서경 | 2017.05.13 | 80 |
382 | 시조 - 겨울 바람 3 + 영역 | 서경 | 2018.07.06 | 80 |
381 | 수필 - 딸의 가구 리폼 | 서경 | 2019.10.08 | 80 |
380 | 포토 시 - 돌담길 풍경 | 서경 | 2019.10.08 | 80 |
379 | 포토 에세이 - 설중복수초 | 서경 | 2019.12.25 | 80 |
378 | 바람 불어 좋은 날/수정 (발표작) | 서경 | 2016.06.21 | 81 |
377 | 에세이 포토 - 보색 대비 | 서경 | 2017.07.14 | 81 |
376 | 포토 시 - 상사화 | 서경 | 2018.07.29 | 81 |
375 | 시조 - 겨울 바람 4 + 영역 | 서경 | 2018.07.06 | 82 |
374 | 포토 시 - 늦가을 쟈카란다 [2] | 서경 | 2018.11.13 | 82 |
373 | 포토 에세이 - 레인보우 목 스카프 | 서경 | 2018.11.26 | 82 |
372 | 시가 있는 수필 - 기억 속 바다는 | 서경 | 2019.01.02 | 82 |
371 | 포토 에세이 - 시계꽃 | 서경 | 2019.04.25 | 82 |
370 | 수필 - 제러미 보웨 이야기 | 서경 | 2019.04.26 | 82 |
369 | 시조 - 보석 반지 | 서경 | 2017.06.13 | 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