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배를 보며 <돌아오지 못한 배>를 생각한다.
아내가 기다리고 딸이 기다리고 아들이 기다리는 집. 무엇보다 주름진 노모가 기다리는 그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자연의 일부가 되어버린 수부들을 생각한다.
신문에서도 1단 기사로 처리 되고, TV에서도 한 컷 자막 기사에 지나지 않는 뱃사나이들의 해상 사고. 뚝심 좋은 뱃사나이들도 그 순간만은 신께 목숨을 구걸했으리라.


어제도 그랬고 그저께도 그랬다. 그들은 거센 파도 속에서 <상여 없는> 장례식을 치루었다. 사건 사고 일지 속에 끼여 그들의 죽음은 스쳐가는 풍경처럼 처리됐다.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태양은 다시 떠오를 테고 바다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잠잠해지리라. 풍경 속 바다는 아름답지만, 삶의 현장인 바다는 이렇듯 냉담하고 잔인하다.

<돌아오는 배>는 '돌아오지 못한 배'를 탔던 오빠를 떠올리게 한다.
해상 사고에서의 '실종'은 곧 '사망'이라는 의미를 처음으로 가르쳐준 그 날!
겨울바다 속으로 사라져 이젠 자연의 일부가 되어버린 오빠.
해병대 출신의 자신감과 선장으로서의 책무를 다 하며 끝까지 선원들을 구해주려 애썼다던 오빠.
일곱 살 딸아이가 눈에 밟히고 서른 일곱의 젊은 나이가 아까워 어떻게 떠났을까.
그는 지금쯤 용궁에서 왕노릇 하고 있을까. 어릴 때 우리가 함께 연극놀이 할 때처럼...

P.S; 사진은 <커뮤니티> 작가 갤러리방에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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