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 잎새 위 빗방울
2020.03.03 09:01
임교선 작가님이 잎새 위에 맺힌 빗방울 사진을 올렸다.
한 방울이 아니고 나란나란한 세 빗방울이다.
영롱한 빛을 담은 모습이 아름답다.
그러면서도, 곧 없어질 빗방울이기에 한편 슬프다.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자니, 이국땅에서 엄마 없이 살아가는 우리 세 자매를 연상케 한다.
또르르 구르면 없어질 한 방울의 빗방울.
남은 두 빗방울은 슬픔에 겨워 울겠지.
작은 빗방울의 동그란 세계에 무지개빛 우주가 담겨 있듯, 우리들 마음에도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어린 날 추억이 담겨 있나.
어디 기쁘고 좋은 사연만 있을라구.
가깝기에, 남보다 더 상처 주고 상처 받은 일도 많았을 테지.
지나가면 다 후회할 일.
그러면서 하루하루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쓴뿌리를 안고 살아가는 게 우리네 삶이다.
어려서 한 이불 끌어 당기며 한 방에 뒹굴던 우리.
오두막 같은 집이지만, 우리 여섯 형제가 있고 엄마 아빠 할머니 삼촌까지 같이 살던 그 시절이 그립다.
잎새 위의 빗방울이 위태롭다.
한줄기 바람 훅 불고 가면 곧 떨어질 빗방울.
빗방울의 수명은 이슬 만큼이나 짧다.
우리네 수명도 그만큼 짧다.
남들은 백세 시대라 호언장담하지만, 한 치 앞날을 못 보는 게 우리네 삶이 아닌가.
언제나 ‘껄,껄’하며 사는 후회의 삶이라 한다.
‘이럴 걸, 저럴 걸...’
‘더 사랑해 줄 걸, 미워하지 말 걸...’
사랑은 언제나 후회와 미안함이 사리로 남는 묘한 일이다.
서로의 귀함을 알고 좀더 가까이 더 가까이 마음 주고 받으며 살고 싶다.
비가 오는 날은 혼자 떠돌던 구름도 외로워 다른 구름 불러와 끌어 안는다.
사랑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야할 이가 어디 우리 세 자매 뿐이랴.
오늘 만나는 사람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귀하다.
비록 레몬 향기는 지니지 못했어도 만나는 사람들에게 상큼한 미소를 날리고 싶다.
오늘을 그토록 갖고 싶었어도 갖지 못하고 어제 떠난 사람들.
그에 비하면, 우린 오늘 또 한 번 상같은 하루를 받았다.
오늘이 마지막인 듯이, 형용사가 아닌 힘찬 동사로 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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