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 설중복수초
2019.12.25 20:20
최백현 작가의 설중복수초를 본다.
눈 속에 핀 꽃이라 그냥 ‘설중복수초’라 이름지었다.
포근한 눈이불 덮고 함께 잠든 쌍둥이 애기같다.
한 놈은 이쪽을 보고 또 한 놈은 저쪽을 보고.
분명 처음엔 얼굴 마주 보고 잠들었을 쌍둥이.
뒤척이다, 서로 얼굴 돌린 사이가 되었겠지.
흐뭇한 상상을 혼자 해 본다.
어린 우리 육남매도 한 이불 덮고 자랐다.
이마에 선들 바람 일고, 방안 물그릇도 겨울 냉기로 살얼음이 얼었다.
이 놈이 이불을 잡아 당기면 저 놈이 춥다고 찡찡대고, 저 놈이 이불을 잡아 당기면 이놈이 발 나온다고 칭얼댔다.
참 추운 겨울이었다.
그래도 그 추운 겨울이 춥지만은 않았다.
서로의 체온으로 크지도 넓지도 않은 이불 대신 부족한 온기를 채워 주었기 때문이다.
그때가 못내 그립다.
그래도 그때는 우리 육남매가 다 있었고, 엄마 아빠 삼촌 할머니 정다운 식구 다 함께 한 지붕 밑에 살았다.
이제, 다정했던 할머니도 어머니도 오빠도 가고 없다.
형제도 한국과 미국으로 떨어져 살고 있고, 아버지와 삼촌도 오늘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양로원 신세다.
연습할 수 없는 일회용 인생인 줄 뻔히 알면서도 다시 옛시절로 돌아 가고 싶다.
눈이불 함께 덮고 꿈나라로 간 귀여운 복수초처럼 다시 한 번 명도 높은 노랑의 봄날을 기대해 보는 거다.
어이 하리야.
눈 녹아도 잔설같이 남을 내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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