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 물구나무 선 나무
2022.03.31 22:12
하늘 향해 오르던 나무도 가끔은 물구나무 서고 싶을 때가 있다.
땅에 대한 근심과,
물에 대한 그리움과,
뿌리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평생 한자리에 머무는 까닭도 태성만은 아니다.
기인 기다림의 마음 때문이다.
계절을 기다리고,
떠난 님을 기다리고,
좀체 올 것같지 않은 희망을
그, 래, 도……
기다려 봄이다.
봄은 기어이 오는 거라고.
오고야 만다고 소처럼 반추한다.
그러는 동안, 세월도 행인처럼 지나간다고 믿어 보는 거다.
올 건 오고 갈 건 가는 게 삶의 이치라는 걸 안다.
나무의 마음을 가슴으로 받아주는 유일한 친구는 오직 물 하나 뿐.
호수든,
강변이든,
비 온 거리든
이름이야 상관 없는 법.
물은 온 몸으로 받아주는 진실한 친구.
그 마음 하나면 족한 거다.
나무는 오늘도 물구나무 서고 싶다.
거꾸로 가는 세상,
거꾸로 보는 방법도 있다고
친구에게 말해 주고 싶은 거다.
물 친구는 미동도 없이
귀 열고 마음 열어 그의 말을 경청해 준다.
물과 나무는 어느 새 한마음이 된다.
동심일체.
희망의 봄을 함께 기다려 보는 거다.
얼음장 밑으로 소리치며 봄이 오고 있다.
머잖아,
꽃들이 폭죽을 터뜨리며 화답할 게다.
(사진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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