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고양이 돌보기
2019.09.06 01:12
여행을 떠날 때면 나는 으례히 공짜 잡이 하나 생긴다.
고양이 티거 돌보기.
오늘도 어김없이 “Yes!"라는 대답과 함께 코비나 딸집으로 왔다.
오를 곳도 많고, 들어갈 곳도 많고, 가지고 놀 것도 많은데 티거는 영 기분이 나지 않는 모양이다.
“에코! 플레이 모짤트!”하고 명령만 내리면, 곧 바로 음악을 들려주는 뮤직 플레이어도 있고, 작은 시냇물 소리를 내며 끊임없이 정화되는 물도 있고, 혹 더우실까 봐 에어컨도 자동으로 다 셑업해 놓고 갔는데 이 좋은 환경도 ‘정인’이 없으니 기가 죽었다.
고양이는 강아지와 달리, ‘일편단심’이라더니 가끔 오는 내겐 좀처럼 정을 주지 않는다.
불러도 좀처럼 다가오지 않고, 쓰다듬어 줘도 슬쩍 몸을 빼버린다.
잘 때도 저 홀로 어디론가 숨어서 잔다.
새엄마가 들어와 아무리 잘 해 주어도 좀처럼 곁을 주지 않는 아이와 같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마음 얻기가 쉽지 않음은 같은 이친가 보다.
“티거야! 나 한테도 사랑 좀 주려무나! 너도 좋고 나도 좋고 3일간이나마 우리 행복하지 않겠니?”
머리를 쓰다듬으며 애걸해도 기지개를 켜는 척 하더니 훌쩍 거울 뒤로 숨어버린다.
‘그래, 정을 애걸해서 얻을 수 있다면, 그 정은 헤픈 거겠지!’
반포기하고 기다려 보기로 한다.
그동안에 시간은 흐르고 3일 뒤엔 딸이 올 터이다.
티거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찻소리만 듣고도 후다닥 달려와 신발장 위에 앉아 문 열리길 기다리겠지.
계단을 올라오는 제 ‘정인’의 발자국 소리에 귀가 쫑긋 쫑긋 할 모습이 눈 앞에 선히 그려진다.
티거야!
이 세상 사는 동안, 잠시 만나 정 주고 받다 가는 세상!
단 한 사람이라도 서로 사랑 나누며 살다 가면 행복한 거 아니겠니?
부디, 오래 오래 정 나누며 살다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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