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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님은 창밖 텅 빈 광장을 보며 생각에 잠기신다.
베드로 광장에 모였던 그 수많은 사람과 신자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간 곳 없다.
그 중에 많은 사람이 병상에 누워 있을 지도 모르고 혹은 죽어 나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다.
지금 그 분이 할 수 있는 건, 오직 기도와 미사 봉헌 뿐이다.그러나 미사조차 신자와 함께 드릴 수 없는 현실이다.
일체의 소리가 사라지고 인적 없는 텅 빈 광장에는 적요가 흐른다.
그는 창문을 열고 천천히 손을 들어 강복을 내린다.
새 한 마리 날지 않고, 빈 광장엔 빵 부스러기 쪼는 비둘기조차 한 마리 없건만.
마치, 거기에 수천 수 만의 신자가 운집해 있다는 듯이... 
 
나도 창 밖을 본다.
푸른 하늘엔 흰구름 두둥실 떠가고 그지없이 평화롭건만, 거리엔 인적 하나 없이 조용하다.
나비 한 마리 심심하다는 듯, 이 꽃 저 꽃 기웃대며 날개를 하느작거린다.
거리는 죽음의 공포로 전장같은 고요가 흐른다.
비상사태 선포로 방 안에 갇힌 나는 문득 한 소녀를 떠올린다.
안네 프랑크.
그녀의 숨막힘과 불안감이 가슴을 옥죄어 온다.
사회적 거리 두기.
미국 이민 생활 37년, 듣도 보도 못한 신용어다.
사람과 사람끼리 서로 밀춰 내야 하는 이 현실이 공포가 아니고 무엇이랴.
혼자만의 불안이 아닌 공동의 불안이기에 더욱 무섭다.  
어서 이 어려운 시간이 지나 가기를...
숨막힐 듯한 이 고요가 왁자한 사람의 소리로 채워지기를...
두 손 모아 간절한 기도를 올린다.
교황님은 텅 빈 광장을 굽어 보며 강복을 주시고, 나는 하늘을 우러러 기도를 올린다.
시간과 공간을 가르며 합일의 마음으로 주님께 간절한 청원을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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