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수필 - 반달/이성선

2020.04.28 15:03

서경 조회 수:27

반달.jpg


반은 지상에 보이고
       반은 천상에 보인다 
 
반은 내가 보고
       반은 네가 본다 
 
둘이서 완성하는
       하늘꽃 한 송이
 
 
- 아름다운 담벼락 시다.
대구 광역시 수창 초등학교 담벼락에 새겨진 시라고 한다.
밋밋한 담벼락을 이토록 아름다운 시로 장식한 마음이 다사롭다.
오가는 아이의 마음들이 봄비에 촉촉이 젖은 풀잎처럼 느껴진다.
오며 가며 동시를 읽는 마음.
오물오물거리는 입으로 되뇌어 보기도 하고, 똘망똘망한 눈으로 새겨도 보며 가슴에 한 자 한 자 파자를 하겠지.
눈 앞에 선연히 그려지는 풍경 속에 내가 있고 어깨동무 친구가 있다.
시를 읽고 자란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결코 순수한 동심을 잃지 않으리. 
 
- 반은 내가 보고/ 반은 네가 본다. 
 
절반을 나누어 보는 마음은 사과를 쪼개어 반쪽씩 먹던 젊은 날의 상큼함이 있다.
같은 반달이라도 상현달은 서로 채워주려는 기쁜 마음이 느껴진다.
대신, 하현달은 함께 저물어 가는 슬픔이 느껴진다.
너와 내가 만나 하늘꽃 한 송이 피우는 마음이 바로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랴!
사랑은 절반의 슬픔과 절반의 기쁨으로 보름달을 완성해 가는 것.
보이지 않는 나의 반쪽 달을 가끔 그려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48 글쓰기 공부 - 묘사 지희선 2011.11.13 722
747 62. 우리 글 바로 쓰기 - 작품집 또는 작품 표시 부호/이승훈 지희선 2011.11.13 381
746 합평에 대하여 - 소설가 '임영태' 지희선 2011.11.13 436
745 합평에 대하여 - 소설가 '임영태' 지희선 2011.11.13 484
744 67.우리말 바로 쓰기 - ‘해야 겠다.’인가 ‘해야겠다.’인가. 지희선 2011.11.16 472
743 (포토 에세이) 외줄기 담쟁이 - 사진/김동원 글/지희선 지희선 2011.11.23 481
742 죽은 아이들의 방 지희선 2011.12.01 432
741 (포토 포엠) 보름달과 가로등- 사진/김동원 지희선 2011.12.15 534
740 (포토 포엠) 계단을 오르는 은행 낙엽- 사진/김동원 지희선 2011.12.15 476
739 (명시 감상) 보오들레에르 - 유정 지희선 2011.12.25 466
738 문장만들기 십계명 - 남상학 지희선 2011.12.25 395
737 (포토 포엠) 성벽과 오솔길- 사진/김동원 지희선 2012.01.05 473
736 (포토 에세이) 돌아오지 못한 배- 사진/김동원 지희선 2012.01.05 379
735 <독자마당>과 <커뮤니티-갤러리>에 좋은글, 좋은 사진 함께 나눕시다. 지희선 2012.01.08 463
734 낯선 마을을 지나며(미주문학 2012년 봄호) 지희선 2012.01.16 362
733 (포토 포엠) 균열- 사진/김동원 지희선 2012.02.09 368
732 (포토 포엠) 태종대 해변길 - 사진/김동원 지희선 2012.02.09 374
731 (포토 포엠) 너 먼저 떠난 길 - 사진/김동원 지희선 2012.02.09 367
730 (포토 에세이) 나무와 하늘 - 사진/김동원 지희선 2012.02.09 307
729 (포토 포엠) 반쪽 잃은 무우(2) - 사진/김동원 지희선 2012.02.09 459

회원:
4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1
어제:
0
전체:
1,317,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