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해피 발렌타인스 데이!
2019.02.15 01:56
올해도 어김없이 발렌타인스 데이가 왔다.
마침, 딸이 새 직장으로 옮겨 처음 맞는 발렌타인스 데이라 꽃을 보내주고 싶었다.
이벤트를 좋아하고 꽃선물을 좋아하는 아이라 무척 기뻐할 거란 생각에 덩달아 즐거웠다.
근무지가 맨하탄 비치라 딜리버리 차지가 $30이란다.
서프라이즈는 감동도 배가 되는 법.
차라리, 내가 직접 갖다 주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깜짝 놀랄 딸아이 모습을 생각하니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온다.
꽃은 예쁘긴 하나 일주일이면 시들어, 아예 오래 두고 볼 수 있는 난 화분을 주문했다.
몇 년 전에 보내 준 난 화분 선물도 잘 길러 3년 뒤에 분갈이까지 했다.
주룩주룩 쏟아지는 빗속을 달려가는 길이지만, 기쁨을 주고 싶은 마음에 계속 차 속도가 빨라진다.
드라이브 삼아 함께 떠난 제인이 자꾸만 주의를 줬다.
5분 일찍 가려다 50년 일찍 간다나.
“50년? 먼저 가도 50년 일찍 가기에는 내가 너무 잡수었지?” 농담을 하며 깔깔댔다.
구글 맵에 의지하여 처음으로 찾아간 딸아이 회사 빌딩은 흰 대리석 건물로 위용 당당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시큐리티가 철저하여 깜짝쇼를 하려던 내 계획은 어긋나고 전화로 딸아이를 불러 내려야 했다.
4층 오피스에서 근무하고 있던 딸아이는 화들짝 놀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 왔다.
활짝 웃음을 띠고 내려온 딸아이는 댕큐를 연발하며 기념으로 사진을 찍자고 했다.
일 하는 중이라, 회사 투어를 시켜줄 수 없어 미안하단다.
그건 기대하지도 않았다.
높은 빌딩 건물 속에서 금발머리 아이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며 커리어를 쌓아가는 모습만 봐도 대견하다.
딸은 올라가자마자, 제 테이블 위에 올린 꽃 사진을 보내왔다.
느낌표가 다섯 개나 찍힌 “Thank you!!!!!” 라는 말과 함께.
산다는 건, 하루 하루 추억을 쌓아가는 일이다.
여전히 창 밖엔 비가 내리고, 훗날 돌아 보면 추억이 될 또 하루가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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