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시- 안계순 보살님 영전에
2018.07.04 06:24
어머니!
저희는 당신을 어머니라 부릅니다
당신 육신을 빌어 낳은 자식이나
혹, 아니더라도
당신을 스쳐간 모든 사람들은
당신을 어머니라 부릅니다
어디에서 누구를 대하든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당신은 오로지 아낌없이 주는 나무
나눔과 섬김의 표상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다 내 주고도 더 줄 것이 없나
다시 찾는 그런 분이었습니다
고목나무 구멍에 빗물 모아
풀꽃 키워 내듯이
당신 심장 한 귀퉁이 떼어내어 주셨고
목숨 다하고도 나무 그루터기 되어
우리들 의자가 되어 주셨습니다
어머니!
어머닌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픈 몸 내색하지 않고
옥수수를 삶아 저희들에게 주셨지요
해피러너스와 이지 러너스
함께 몸담고 이십 여 년을
뛰어 온 내 자식들인데
어느 자식인들 귀하지 않을까 보냐고
여기도, 저기도 다 나누어 주셨지요
아, 어머니!
당신 사랑에는 편견이 없었습니다
그저 당신에게는 모두가
불쌍한 중생이었고 보시의 대상이었습니다
당신은 진정한 사랑꾼이었습니다
언제나 얼굴에는 미소 가득 담으시고
손은 부지런하여
음식 하나도 내 손 거치지 않는 게 없었고
풍성하여 부족함이 없었지요
아, 그러나 어머니!
다음엔 옥수수 더 많이 삶아 와서
두 개씩 먹여 주겠다는 약속 어이하고
왜, 여기 말없이 누워 계십니까
그토록 아픈 육신이었음에도
왜, 한마디 말도 없이 혼자 그 아픔 감당하셨습니까
이렇듯, 한 송이 목련 뚝 떨어지듯
안녕이란 말 한마디 없이 홀연히 가시다니요
함께 뛰자고 출발선에 선 당신은
어쩌자고 먼길을 혼자 냅다 달려가 버리셨습니까?
어머니!
저희들은 당신을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백세 시대에 일흔 여섯은 너무 이른 나이십니다
아니, 저희들이 당신 사랑을 되갚아 드릴 시간은
주고 가셔야지요
아, 이제는 당신에게 되갚아 드릴
사랑의 사간조차 없으니 어떡합니까
왜 우리는 늦게야 후회합니까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말이
오늘따라 왜 이리도 우리들 가슴을 칩니까
너무나 미안하고, 너무나 애통합니다
어머니! 일어 나세요!
한 번이라도 눈 떠 보세요!
감사하다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으니
귀라도 열어 주세요!
어머니! 어머니!!
불러봐도 대답없이 가 버린 우리들의 어머니!
당신은 어제도 오늘도 또 내일도
우리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될
만인의 어머니십니다. 꺼지지 않는 불꽃입니다
이제 두 손 가지런히 모으고
부처님 앞으로 가는 안계순 보살님!
이승의 업장 다 소멸하시고 혈혈단신
새처럼 나비처럼 가벼이 떠나시는 안계순 보살님!
부디 큰 상급 받으시고 극락왕생 하시옵소서!
저희들은 눈물로 환송하며
빌고 또 비옵니다
끝으로 당신 이름, 다시 한 번 크게 불러 봅니다
어머니-이!
안계순 보살니-임!!
사랑합니다-아!
고맙습니다-아!!
(2018년 7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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