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시조 - 엄마와 호박꽃
2018.05.12 13:30
<1>
텃밭에 심겨져도
꽃밭을 넘보지 않고
담 밑에 피면서도
키를 재지 않는다
때 되면
꽃 피고 열매 맺어
밥상 위에 오를 뿐
<2>
잎도 주고 꽃도 주고
열매까지 주었어도
언제나 환히 웃는 꽃
아낌없이 주는 나무
울엄마
닮은 모습에
눈물 짓게 하는 꽃
<3>
잡초더미 옛텃밭에
뾰족 나온 호박 떡잎
그 모습이 여여뻐서
아침 저녁 물 줬더니
호박꽃
크담한 열매로
함박 웃음 웃더라 (우리 엄니 실화)
<4>
호박꽃 진 자리엔
크담한 열매 하나
말라가던 호박 줄기
엄마 생 닮았는가
모두가
다 떠난 자리
잡초만이 무성타
* 시작 메모 : 엄마가 키운 마지막 호박을 같이 먹었어요. 엄마는 '마지막 호박'이라며 이리 저리 어루 만지며 쉬이 요리를 못하시더군요. 그 호박은 엄마가 지은 지상에서의 마지막 수확물이었어요. 그날 밤, 어머닌 여든 셋 생애 처음으로 <호박>이란 시를 쓰셨어요. '아쉬워서 이 시를 쓴다' 라는 부제를 붙인 그 시는 '... 나도 너와 함께 스러져 간다'로 끝맺었더군요. 호박꽃에 물 주고 키우며 엄마는 잎에서부터 호박을 맺을 때까지 참 사랑을 나누신 거죠. 엄마가 돌아 가시기 6개월 전이었어요. 오늘 아침 <호박꽃> 시조 숙제를 받고 쓰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사진 : 이상희)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728 | 시가 있는 수필 -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심순덕 | 지희선 | 2013.05.06 | 598 |
727 | (명시 감상) 거지 - 투르게네프/ | 지희선 | 2011.11.08 | 594 |
726 | ‘영원’속에 사는 분’ - 시인 이숭자 (+ 후기) | 지희선 | 2011.02.11 | 594 |
725 | 소낙비 1 | 지희선 | 2008.01.15 | 594 |
724 | 은행잎 | 지희선 | 2008.01.15 | 592 |
723 | 이승에서의 마지막 성호 | 지희선 | 2011.09.29 | 588 |
722 | 폐선 | 지희선 | 2008.10.30 | 569 |
721 | 아름다운 불화 | 지희선 | 2007.07.16 | 568 |
720 | 꽃그늘 아래서 | 지희선 | 2007.12.23 | 562 |
719 | 가장 하고 싶은 일 | 지희선 | 2009.05.31 | 556 |
718 | 빗 속에 울리던 북소리 | 지희선 | 2007.09.04 | 554 |
717 | 이준관의 동시 두 편 - <별> <나비> | 지희선 | 2012.12.18 | 543 |
716 | 잊을 수 없는 친구에게 | 지희선 | 2009.05.03 | 543 |
715 | 독도여! 너의 이름은...... | 지희선 | 2012.10.16 | 540 |
714 | Story of Jump/Jade | 서경 | 2019.10.21 | 538 |
713 | IMF 이후 | 지희선 | 2008.01.15 | 536 |
712 | (포토 포엠) 보름달과 가로등- 사진/김동원 | 지희선 | 2011.12.15 | 534 |
711 | 소낙비 2 | 지희선 | 2008.01.15 | 534 |
710 | 하느님께 올리는 연서(편지) | 지희선 | 2010.09.13 | 531 |
709 | 5행시 - 밤나무 숲길 1,2,3/퓨전 수필 여름호(2016) | 서경 | 2016.07.11 | 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