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떡 고개/수정

2016.07.12 09:00

서경 조회 수:24

  1월 18 일요일 새벽 다섯시 삼십 오분. 서상호 코치는 스위스 시계같이 정확한 시간에 왔다. 새벽을 가르며 그리피스 팍을 향해 달린다. 어제 토요일 장거리 훈련은 감기몸살 기운으로 조금 힘들었다. 마일을 뛰는 데도 힘이 들어 선두 그룹에서 자꾸만 멀어져 갔다.
 
오늘은 단거리라 하지만 이름부터 요상한 '헐떡 고개' '가볍게' 올라 갔다 온단다. 왕복 8마일이라고. 모르고 선두 그룹에 따라 나섰다. 길은 오른 왼쪽으로 꺾어들며 뱅글뱅글 돈다. 끝나는가 싶으면 돌고 끝났나 싶으면 돈다. 이건, 속리산 말띠고개도 아니고 도대체 뭔가. '헐떡 고개' 이름부터가 수상하더라니.
 
선배들한테 헐떡 고개라면, 처음 오르는 초보자에게는 헐떡 벌떡 고개인가. 가도가도 끝이 없다. 철녀 노지니씨는 가볍게 따라 붙으며 여유롭다. 선두 그룹인 서상호 코치도 줄곧 (Fun Run)이다. 옆에서 같이 뛰는 최영호님과 홍사일님도 잡담을 주고 받으며 동네 한바퀴 돌듯 가볍게 뛴다.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 '아서라!'하고 포기하다시피하며 나도 ' (?)'이나 하자며 슬슬 주변을 살피며 뛰었다. 나는대로 사진도 찍었다. 걸그룹처럼 연신 S자로 몸을 튕기며 구비구비 돌아가는 길목도 찍고  봄기운이 완연한 푸른 언덕도 찍었다. 나뭇잎 사이로 아른대는 새벽마을과 나처럼 드러눕고 싶어하는 나무등걸도 찍었다.
 
그때, 앞서가던 최영호씨가 달려 오더니 코요테가 있다며  빨리 가자고 재촉한다. 깜짝 놀라 둘러보니, 무슨 도둑 고양이 같은 슬금슬금 보며 지나간다. 얼핏 보니,  여우 같기도 하고 늑대같기도 하다. 소름이 끼친다. 걸음아 살려라하고 냅다 달렸다.
 
그러나 한편으론 특종 놓친 기자처럼 아쉬웠다. 코요테를 찍었으면 대박인데...... 하지만, 코요테는 이미 길로 버렸다. 길은 멀기만 한데.
 
함께 뛰어주는 최영호씨께 아직도 멀었느냐며 번이나 물었다. 구비구비 올라가는 길이 멀기도 하다. 언덕까지가 4마일이라는데 체감거리는 거의 8마일처럼  느껴진다.
 
그때, 최영호씨가 웃으면서 왕년에 홍사일님이 숏컷으로 빠져나간 길이라며 샛길을 가리켰다. 힘든 걸로 보면 샛길로 빠지고도 남겠다. 그런데 76 노익장을 과시하며 '펄펄 나는 홍사일님이 설마?'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단, 길도 기념으로   찍어두었다. 우리는 당연히 자존심을 걸고, 샛길로 빠지지 않고 길을 따라 정상적으로 돌아서 갔다. 샛길로 빠지면, 계속 샛길로 빠지고 싶은 유혹에 빠질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언덕 포토 죤에 섰다. 첫날이라, 인증샷으로 찰칵! 선두 그룹인 철녀 노지니씨와 옛날엔 헐떡고개도 펄펄 날았다는 지경아씨, 그리고 풀듯 가벼얍게 올라온 서상호 코치. 홍사일님은 슬쩍 빠져버리고 최영호님은 사진 찍어주느라 빠졌다.
 
그런데 이건 날벼락인가. 하프 마라톤엔  언덕이 없다고 들었는데, 천만의 말씀이라며 언덕이 있단다. 그것도 끝날 쯤에.  '아이고, 지희선이 이제 죽었다!' 속에서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어쩌랴. 주사위는 던져진 . '죽어도 GO' 해야지?
  2
, 3진이 속속 도착했다. 내려오는 길도 올라온 못지않게 힘들었다. 사실 내려오는 길이 힘들단다. 인생길도 마찬가지겠지. 어느 , 동녘의 햇살이 밝아오고, 아래 마을도 잠을 털고 일어난다.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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