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타애나 바람

                                                                             조옥동



샌타모니카 모래밭 서늘하게 식어 모자들 벗을 무렵

바위를 핥던 불의 혀 무얼 태우려나

모하비 사막 뜨거운 입김을 몰고 오는 불길한 점령자

몸통은 안보여 날카로운 이빨 온 도시를 할퀴며

떠나지 못한 미련들 말끔히 지우려나

머뭇거린 가을을 발가벗겨 내몰고


돌아갈 곳 없는 줄 알면서 갈지자로 떼 지어

회초리 울음소리 하늘을 때리며

산발한 팜트리 머리채를 흔들고

높은 표지판, 비싼 부적들 짙은 웃음을 때려눕힌 후

허리우드 거리에 승리의 토악질 쏟아 내어

화려한 자존심 뿌리째 뽑아 놓고 달아나는 폭군


마른 나뭇가지 끄트머리 애처롭게 울리고야

생명수 올리는 물관에 펌프질 시작하는 뿌리 끝엔

모래나 많은 캘리포니아 땅, 물이 말라 인정도 마르고

찢어진 어깻죽지 부러진 팔뚝 팜트리 패잔병들

어지러운 거리마다 배수구는 있으나마나

부릅뜬 눈알들 쏟아내는 빛의 홍수로

풍요의 소화불량 범람하는데


문 닫은 피자집 뒷골목엔

낮잠을 감고 뒹구는 허름한 몸뚱이들

샌타애나 바람 극성에도 깨어나지 못한다


중천엔 하현달 바람을 터지게 안고

새벽까지 깨어 홀로 글썽거리다

한 방울 푸른 눈물 떨구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3 파리와 시를 읽다/[外地] 재미시인 작품집 2015 조옥동 2016.01.17 31
222 가족이란/ 재미서울대학신문 5월호-2016가정의 달에 조옥동 2016.11.03 49
221 계절의 강과 골프 황제의 추락/밸리코리언뉴스 2015년 10월호 조옥동 2016.01.17 51
220 틈(시조) /미주문학 2015 여름호 조옥동 2016.01.17 55
219 나의 수평선/[外地] 재미시인 작품집 2015 조옥동 2016.01.17 58
» 샌타애나 바람/ NOISE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엔솔로지] 2015 조옥동 2016.01.17 97
217 행성에서 만나다/『시를 사랑하는 사람들』2016년1-2월호 조옥동 2016.02.28 110
216 Toscana-토스카나 오월/2016 「문학세계」미주 문학세계 발행 조옥동 2016.11.03 120
215 가을이 준 숙제를 풀며/한국 <에세이21> 겨울호 2014, 조만연.조옥동 2014.11.13 126
214 가난한 부자들 /재미수필가협회발행 <퓨전수필> 2015년 여름호 조옥동 2016.01.17 142
213 잃어버린 옛날이 그리운 /2014<문학세계> 조만연.조옥동 2014.11.28 149
212 어둠 한 입 베어 물고/『시를 사랑하는 사람들』2016년 1-2월호 조옥동 2016.02.28 152
211 매일 어루만지는 섬 /2014 <재미수필>15호 조만연.조옥동 2014.11.13 163
210 영원한 것을/에세이 21 겨울호-2016 [1] 조옥동 2016.11.19 165
209 멈추어 서서 간절히/한국「現代詩學」2013년 11월호 신작특집 조만연.조옥동 2013.11.15 185
208 깨어나기 원하는 골목/한국 <시사사>2013년 7-8월호 조만연.조옥동 2013.07.25 188
207 오래된 마음속 구경/ 한국"시사사(Poetry Lovers)"7-8월호,2014 조만연.조옥동 2014.09.11 209
206 환승역에서/ 한국 「現代詩學」2013년 11월호 조만연.조옥동 2013.11.15 210
205 새벽달 ---- 조옥동 [1] 조만연.조옥동 2015.03.08 213
204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유영기 목사님 「목회, 또 하나의 신앙여정」출간에 올리는 축시 조옥동 2016.11.03 216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0
전체:
97,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