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타애나 바람

                                                                             조옥동



샌타모니카 모래밭 서늘하게 식어 모자들 벗을 무렵

바위를 핥던 불의 혀 무얼 태우려나

모하비 사막 뜨거운 입김을 몰고 오는 불길한 점령자

몸통은 안보여 날카로운 이빨 온 도시를 할퀴며

떠나지 못한 미련들 말끔히 지우려나

머뭇거린 가을을 발가벗겨 내몰고


돌아갈 곳 없는 줄 알면서 갈지자로 떼 지어

회초리 울음소리 하늘을 때리며

산발한 팜트리 머리채를 흔들고

높은 표지판, 비싼 부적들 짙은 웃음을 때려눕힌 후

허리우드 거리에 승리의 토악질 쏟아 내어

화려한 자존심 뿌리째 뽑아 놓고 달아나는 폭군


마른 나뭇가지 끄트머리 애처롭게 울리고야

생명수 올리는 물관에 펌프질 시작하는 뿌리 끝엔

모래나 많은 캘리포니아 땅, 물이 말라 인정도 마르고

찢어진 어깻죽지 부러진 팔뚝 팜트리 패잔병들

어지러운 거리마다 배수구는 있으나마나

부릅뜬 눈알들 쏟아내는 빛의 홍수로

풍요의 소화불량 범람하는데


문 닫은 피자집 뒷골목엔

낮잠을 감고 뒹구는 허름한 몸뚱이들

샌타애나 바람 극성에도 깨어나지 못한다


중천엔 하현달 바람을 터지게 안고

새벽까지 깨어 홀로 글썽거리다

한 방울 푸른 눈물 떨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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