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옛날이 그리운 /2014<문학세계>
2014.11.28 04:30
잃어버린 옛날이 그리운
조옥동
어둠이 길을 감춰도 사방엔
발바닥 굳은살 한정 없이 꿈길을 헤매는
취하지 않아도 비틀거리는 발걸음들이여
머리는 무겁고 팔다리는 허약한
먹고 먹어도 배고픈 세상
마시고 마셔도 목마른 시장에 앉아
피를 흘려도 아픔을 모르는 감각을 상실한 세대여
실탄이 불을 뽑는 총구를 손에 쥐고 장난삼아
세 살짜리 오빤 동생을 쏘는 살인 놀이를 하며
내 것은 움켜쥐고 네 것을 내 것으로
빼앗는 즐거움이 행복이라고
소화불량에 걸린 하수구가 내 뿜는 썩은 냄새를
뿌옇게 날아오는 중국 땅 황사를
마스크 하나로 막으려는 매끈한 손가락
클릭↓ 클릭↓ 저마다 i 주소를 찾는다
끼리끼리 모여서 구겨졌다 웃다가 급하게
알뜰히 시간을 먹는 곳
몸과 영혼 으스러뜨리는 낭떠러지위에서
가볍게 내려주는 날개를 팔고 사는 사람들
그들 오직 무서운 불면증을 위해 민첩하게
클릭클릭 클릭, 세상은 온통 게임기라
넓은 세계 점점 좁아지고
짧은 손가락이 뻣뻣한 흰 머리 개미들
올림픽 가(街)에 세워 놓은 대박버스에 올라
안개가 걷히듯 빠르게 넉넉한 도시의 품을 빠져 나가는데
서울의 사랑스런 연인들은
덕수궁 돌담길을 버리고
고속으로 돌고 도는 지하철 터미널 속으로
하얗게 눈부신 햇살을 뿌리치다
내일이 없는 하루가 평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