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으로 만든 명함

2004.11.21 16:13

조만연.조옥동 조회 수:560 추천:61

                            단풍으로 만든 명함

                                                                  
   자기를 광고하는 수단 중 가장 초보적인 것이 명함이 아닌가 싶다.  나 역시 대학을 마치고 은행에 취직해서 맨 처음 만든 것이 명함이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개인 웹사이트를 가지고 있는 정보화시대라 하지만 주소 없이는 열어볼 수 없기 때문에 아직도 명함의 효용가치는 변하지 않고 있다.  60년대는 직장다운 직장이 별로 없었던 시절이라 은행은 가장 선호하는 직장의 하나여서 누구와 첫 대면 시 명함을 건네면 찬사와 부러움의 인사를 받고 은근히 우쭐대던 때가 있었다.  이렇듯 명함은 예나 지금이나 나를 대변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나의 명함이 뽐낼만한 것인가, 아니면 부끄러운 것인가는 각자가 책임져야 할 몫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10년에 10억을 버는 방법'이라는 재테크 광고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제목부터 매우 매력적인 광고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가장 주목받는 관심대상이다.  '돈은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써라'고 해서일까. 요즈음 한국 TV에 등장하는 선전을 보면 어처구니없는 광고들이 목격되고 있다.  지성인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어느 낯익은 교수, 그것도 클래식 전공 성악가가 술 취한 흐트러진 모습으로 술광고에 등장하고 20세 전후의 나 어린 여자연예인이 술마실 것을 열심히 선전을 하는 것을 보려면 세상이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서글픈 마음이 생긴다.   어디 이뿐인가. 너도나도 옷을 벗어버리고 문자 그대로 몸을 던져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  당사자들이야 누드도 예술 운운할지 모르나 결국 남자들의 눈요기 감으로 내던진 것이나 다름없다.  어쩌다가 순박한 우리 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돈에 굶주린 야수로 돌변했는지 한국의 현실과 내일이 염려스럽다.  

  돈의 바다를 항해하는 오늘의 자본주의 사회, 물질이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황금만능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떻게 인간답게 살 수 있느냐를 선택해야 하는 험난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럴 때  아무리 바쁘더라도 잠시 틈을 내어 가까운 곳으로 단풍구경을 떠나 보는 것이 어떨까?.  절묘한 자연의 풍광도 즐길 수 있겠지만 단풍에게서 인생의 가을을 어떻게 장식할 것인가를 배우게 될 것이다.  우리는 돈으로 단풍을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나의 삶을 가지고 나를 단풍으로 만들 수는 있다.  인생은 단풍나무와 같다.  우리는 가지와 잎새를 키우고 혹은 꽃을 피운다던가 혹은 열매를 맺혀 전성시대를 구가하다가 어느 때가 되면 단풍이 되어 물들기 시작한다.  술 취한 모습으로나 벗은 몸둥이로는 결코 예쁜 단풍이 될 수 없다.  계절이 있는 이유는 우리에게 생각과 여유를 주기 위함이다.  가능한 한 좋은 단풍으로 자신의 명함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신의 배려이다.  가을철 아름다운 단풍이 되어 있어야 할 우리가 노랗지도 않고 빨갛지도 않은 누르팅팅한 상태로 남아 있다면 얼마나 참담한 일이겠는가.  언젠가 결국 지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한 잎 조그마한 잎새와 같은 우리의 인생이 아름다운 단풍으로 뭇 사람들의 찬사와 경탄을 받고 있다가 허공을 멋지게 춤추며 떨어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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