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 되어

2003.07.22 17:00

조옥동 조회 수:310 추천:47

빗방울 되어

조옥동

수많은 동그라미 헤엄을 치며
하늘나라 글씨를 쓴다.
투명한 마음속에
그리고 지우고, 다시 그리며
무한으로 사라지는 작은 점하나
하늘마음 색칠을 하고 나면
부드럽게 휘어지는 간지럼 타는 나무 가지들
사랑의 몸짓을 말갛게 씻고 싶다.

바람이 펼치고 지나는 수채화를
봄여름 고여서 우람한 산 숲을
여울물 소리로 흘러가는 가을 하늘을
무지개 빛보다 고운
너 와 나의 눈물과 웃음을
하얗게 부수는 폭포가 되고싶다.
천둥소리, 천지가 함께 우는 소리가 되고싶다.

가을 햇살 섧게 흐느끼던 잔물결
수정으로 가라앉는 겨울 강
얼음 살을 조각하는 끝 날로 서서
흘러내린 뜨거운 영혼의 용암을
산산이 쪼아내는 비수(匕首)의 그림자
침몰한 시(詩)의 고향
그 침묵을 녹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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