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리아의 노래

                                              조옥동

발꿈치 들고 목 늘여 둘러봐도
하늘에 닿을 사다리가 없다
동아줄 하나 매고 오를만한 가지는 부러지고
저쪽 지구의 나에게 문자를 넣어 답을 구하다
거울의 표정은 매끄러워도 속엔 상승의 꿈 끓고 있던 중
'변신을 해요 세상 방법으로', 보이지 않는 소리 솔깃하여
햇빛 좋은 아침 거미줄을 타고 오른다

젖은 손을 내미는 이슬방울 성가시게 안겨오고
심술궂은 바람은 밀고 당기어 두려움 팽팽히 감겨와
여러 개의 발가락이 거추장스럽고 무겁다
어지러운 비상은 오금이 저리고
높이 오를수록 별들 아득히 물러가
몇 번의 변신으로 겨우 소우주의 표면을 만져 말을 걸다
말더듬이는 먼지를 쓰고, 땅을 떠난 믿음은 흔들리고 외롭다
뉴턴은 눈치를 수치로 바꿔 놓고 말하고 싶었지
낙하하는 것은 운명의 시샘이 아니라고

미끄러운 거북이의 등판 같은
아래 깊은 세상을 다시 품는다

더 높은 세상을 향한 날갯짓을 포기한 카나리아의 노래
빨갛게 물든 슬픔을 꽃으로 피워 토해 내는 날
잠시 손님으로 왔다 저편 거미줄 같은 비탈길을 오르는
뉘 뒷모습을 배웅하는가
봄날의 기지개, 하늘은 멀리 있지 않다고
새파랗고 싱싱하게 작은 손을 펴 흔들고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3 가을이 준 숙제를 풀며/한국 <에세이21> 겨울호 2014, 조만연.조옥동 2014.11.13 126
202 매일 어루만지는 섬 /2014 <재미수필>15호 조만연.조옥동 2014.11.13 163
201 나에게 말을 걸다/ 2013년 "재미수필" 14집 조만연.조옥동 2013.12.14 311
200 8월 어느날/2013년"재미수필" 14집 조만연.조옥동 2013.12.14 236
199 10월의 기도/헌신 예배를 위한 獻詩 조만연.조옥동 2014.10.19 241
» 카나리아의 노래/한국"시사사(Poetry Lovers)" 7-8월호,2014 조만연.조옥동 2014.09.11 252
197 오래된 마음속 구경/ 한국"시사사(Poetry Lovers)"7-8월호,2014 조만연.조옥동 2014.09.11 209
196 환승역에서/ 한국 「現代詩學」2013년 11월호 조만연.조옥동 2013.11.15 210
195 멈추어 서서 간절히/한국「現代詩學」2013년 11월호 신작특집 조만연.조옥동 2013.11.15 185
194 그대는 마중물/<밸리 코리언뉴스>창간 26주년 기념 축시 조만연.조옥동 2013.08.31 237
193 바람 따라다니는 여행/2013년 가을호 <에세이 21> 조만연.조옥동 2013.08.27 352
192 깨어나기 원하는 골목/한국 <시사사>2013년 7-8월호 조만연.조옥동 2013.07.25 188
191 데스칸소 가든에서/한국 <시사사>2013년 7-8월호 조만연.조옥동 2013.07.25 262
190 지상의 비닐하우스/ 한국 2013년< 시인의 눈> 조만연.조옥동 2013.07.25 442
189 마지막 헌화 조만연.조옥동 2013.01.31 303
188 헤어질 바람은 낳지 말고/「시인의 눈」 조만연.조옥동 2013.01.31 348
187 생성과 소멸의 회로 조만연.조옥동 2013.01.31 256
186 슬기로운 자들의 아침이 열렸으니/2013년 新年 祝 詩<밸리 코리언뉴스> 조만연.조옥동 2012.12.31 414
185 눈물을 씻어주고 떠나거라/'이 아침에' 미주중앙일보 조만연.조옥동 2012.12.31 418
184 가을의 기도/권사회 헌신 예배를 드리며 조만연.조옥동 2012.12.11 486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1
전체:
97,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