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8-2012 미주중앙일보 '이 아침에'

우리 마음속의 보물찾기                                              
                                             조옥동/시인

발보아산의 메리 퍽 파크에 전 교인이 모였다. 푸른 언덕이 병풍을 치고 신록이 우거진 사이로 시원스럽게 펼쳐진 하늘은 6월의 더위를 식혀 주었다.
드넓은 파크에 외부사람들은 거의 없어 아이들도 마음껏 뛰 놀며 떠들고 웃어도 눈치 보일 염려 없어 오붓한 하루를 보냈다.

예배 후, 사람들의 기대를 부풀리는 순서는 뭐니 해도 보물찾기였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숨겨진 쪽지를 찾느라 열심이다.
실물대신 은밀한 곳에 숨긴 작은 종이쪽지를 발견하기가 마만치 않다. 이런 때 사람의 품성을 엿볼 수 있다. 여러 장을 찾고도 더 욕심을 내는 사람, 못 찾은 사람에게 하나씩 나눠 주며 작은 기쁨이라도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

번호를 부를 때마다 앞에 쌓인 상품 중 어느 것을 받을지 마음 조리며 달려 나간다. 치약, 칫솔, 비누, 세제나 수세미, 종이타월 등 고만고만한 가정용 소모품인데 예쁘게 포장까지 하여 받는 이나 구경하는 이나 모두 행복한 얼굴이다.
공짜는 무엇도 좋아 한다던가. 작은 상품권을 커다란 상자 속에 숨기고 찾는 자를 한참 애태우게 만들었다.

자기 것은 꼭꼭 숨겨 놓으면서 남이 숨겨놓은 보물을 찾아내려면 스릴도 작용하나, 실제는 보물이란 말에 유혹을 느낀다. 내게 보물인 것은 다른 이에게도 보물일 수 있다. 가치관이 다르면 타인의 보물도 자기에겐 휴지와 같다. 귀한 보물을 눈앞에 놓고도 진가를 인식하지 못함은 안타깝다.

가보니 국보니 하여 역사적 의미를 가진 것들 속에는 정신적인 가치도 있어 실물이 아닌 형이상학적 보물도 많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지동설, 마담 퀴리의 방사선 발견은 각자 일생동안 캐어낸 보물이다. 성경이나 교리가 종교인의 보물이라면 베토벤의 악곡이나 피카소의 그림처럼 작가에겐 일시적 베스트셀러보다는 사람들이 읽고 감동하여 오래 기억할 한 권의 소설이나 시집이 남기고 싶은 보물일 것이다.

보물은 알아보는 안목이 있는 자에게나 보물로 인정된다. 카뮈의 ‘이방인’이 출판된 다음해에야 이 책을 읽은 사르트르는 서평에서 극찬 했는데 사르트르의 서평이 나간 후에 ‘이방인’은 절편이 되다시피 매진되었다 한다.

풍요 속에서 빈곤을 앓는 현시대에 생존의 품격과 자존심을 지켜줄 변함없는 보물은 없는 것인가.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것에만 집착하는 물질주의 시대에 인생은 보물을 찾아가는 꿈을 꾸다 그만 끝나는 것인가. 우리의 머릿속, 가슴속에 간직된 보물을 찾아내는 위대한 발견이 필요하다.

이날 야외소풍에서 나는 생동하는 보물 하나를 찾았다. 교회 한글학교에서 만난 6살짜리 이튼은 조그만 손에 쥐고 있는 여러 장의 보물찾기 쪽지를 자랑하다 내 빈손바닥을 보고는 “내 것 선생님하고 나눠 갖고 싶어요.” 하며 내손에 쪽지를 쥐어주고는 쏜살같이 뛰어갔다. 그의 좁은 어깨 위엔 햇살이 함께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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