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재채기

                                         조옥동

지난 밤 뒤뜰에 도둑이 다녀갔다

밤마다 창 밖을 지키는 유리창에
긴장의 냉기로 성에가 돋는 시간
커튼이 침묵을 묵어 달고 눈감은 틈을 타
찢겨진 살점 부러진 가지며
빼앗으려다 흘린 핏방울 몇 점 흔적을 남기고

밤의 엷은 삼투막 안으로 어둠이 빨려들면
저편 세상 투명한 우주장막엔 잃어버린 시간들 매달려
임자를 찾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고
누가 버렸는지 그 많은 훈장 줄지어
매달리고픈 가슴을 향해
슬픈 눈빛이 사시나무 떠는 밤
          
가을과 봄 새에 꼭 끼여 정지되었던 계절의 바퀴는  
무색의 갈증으로 모든 걸 포기했던 황폐한 겨울은  
기름 같은 눈물, 피 같은 물 한 모금 탐을 내
여린 가지마다 물기 도는 꿈 망울 위에
매운 시새움을 몸부림을 쏟아 본 것이다

새 봄을 알레르기 하는 돌배나무
순간에 상처 난 입술로 뿜어 낸
하얀 재채기
하얗게 펼쳐진 너울을
아침은 허공의 상자를 열어
안개를 깔고 구겨지잖게 포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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