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옥동의 時調散策 (9)

         나태주 詩人의 作品 鑑賞                    
                                                 조옥동

애솔나무
                         나태주

작년 봄 뜰에 심은 파르란 애솔나무
때 아닌 봄눈 폭설 가지가 휘어졌네
막대로 눈을 털면서 중얼중얼 혼자서

애기야 울지 마라 아프다 하지 마라
내 너를 사랑해서 이러는 줄 너도 알 일
우리도 떨쳐 일어나 새봄맞이 하자꾸나.

시인이 쓴 시조를 찾아가다 나태주 시인이 쓴 시조를 읽게 되었다.
시인은 스스로 때 아닌 폭설을 잔뜩 뒤집어 쓴 일년 생 애솔나무가 되어 휘어진 가지가 무겁다. 그 아픔을 알기에 막대로 눈을 털어 주며 중얼중얼 그를 달래주고 있다.
떨쳐 일어나 새봄맞이 하자고. 哀憐한 정경이 한없이 깨끗하다. 속에 두고 있는 사랑이 입김과 함께 하얗게 품어나고 있는 광경은 생각만 해도 포근하고 따뜻하다. 羅 시인만이 그려낼 수 있는 정경이요 이 모습이 바로 내가 아는 나태주 시인이다.  

羅 시인은 일찍이“한국의 전통적인 서정시를 계승하여 오늘의 것으로 빚어놓은 희귀한 시인이다. 묵은 가지에 열리는 그의 알찬 열매는 어느 것이나 오늘의 것으로서의 참신성과 신선미를 잃지 않고 있다.”고  박목월 선생님이 1971년 초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그를 문단에 소개한 후로 줄기차게 작품을 발표하여 온 너무나 잘 알려진 한국의 대표적 서정시인이다. 그는 시조시를 자유시 사이사이 써 끼워 넣었고, 근자에는 조동화 시인과 김원각 시인의 시조집 해설문을 차례로 쓸 만큼 본격적으로 시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본인의 말로는 “시조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중국의 「唐詩」나 일본의 「와가」(和歌)와 「하이쿠」를 읽으면서다. 저들에겐 저토록 단아한 시가형식이 있는데 우리에겐 무엇이 있는 걸까? 뒤돌아보는 바로 그 자리에 우리의 시조시가 눈빛을 빛내며 가까이 있었다.

그리고 시조시 만큼 우리의 숨결을 잘 받아 안아주고 우리말의 질서에 편안하게 잘 어울리는 시형식이 어디 따로 더 있겠는가.” 라고 깨닫게 되었다며 시조시를 열심히 써 보려는 시인의 뜻을 2005년 <시조월드>10호에서 읽게 되었다.

내가 사랑한 공주
    
     눈길이 머무는 곳 숨결이 스치는 곳
비단실로 한 땀 한 땀 아로새긴 수틀이라
저기 저 어여쁜 산하, 산도 좋고 물도 좋아

닭 벼슬 어우러진 계룡산은 어떠하고
천만리 쓸어내린 금강 물은 어떠하오
한반도 서러운 가슴 두 팔 벌려 안았네

오래 전 아주아주 오래고 오랜 옛날
곰 아가씨 울고 간 곰나루라 소나무 숲
아직도 솔바람소리 곰의 사랑 애달파

동그스름 자애로운 산과 들 허리춤에
집을 모아 발을 묻고 사람들 살아가니
어버이 다름없어라, 산과 들 강물 또한.

                        
그의 고향은 충남 서천군 막동리 이고 고향에서 초등학교와 서천중학교를 졸업하고 공주사범학교를 졸업했다. 사범학교 재학 때부터 그의 詩作활동이 시작되며 1963년 사범학교를 졸업한 후 줄곧 초등학교 교사로 객지로 옮겨다니다 1979에 公州로 돌아 오게되고 교육대학원을 거쳐 몇 년을 제외하고는 공주의 왕흥초등학교 교장직을 시작으로 공주시내 각 초등학교 교장선생님 자리를 두루 거치면서 공주를 떠난 일이 없다.

그는 공주를 사랑하는 마음이 유별하다. 그의 詩井의 水源은 고향이겠으나 공주는 마음의 고향, 그의 詩耕이 동서 좌우 팔방으로 시선이 닿는 곳이면 끝 간 데 없이 펼쳐 있어 도저히 측량할 길이 없는 곳이다. 그의 눈길이 머무는 곳 숨결이 스치는 곳, 한 땀씩 정성을 다하여 수를 놓은 수틀을 잡은 여인의 마음보다 더하면 더 할 만큼 사랑스런 곳, 공주를 두르고 있는 모든 것이 아름답기만 하다.

나태주 시인의 행복은 서울 곧 현대의 첨단과는 적당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찾는다. 그의 수틀에는 화려한 장미나 공작새 대신 시골의 수탉이나 앙증한 풀꽃이 있을 터이고 현대적 고층 건물보다 아담한 시골집이 있을 테다. 이 시인의 시심에는 현대인이 잃어버린 고유정서를 흙과 산이나 물과 친숙한 서민들과 자연 속에서 표출해 내는 끈질긴 열정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그의 작품 속에는 우리가 잊었던 옛날 일을 무의식 상태에서 재인식으로 환기시키는 힘이 있다.  자연의 얘기를 들려주는 가하면, 자신을 해체하여 그 스스로 자연의 한 개체로 置換함으로서 자연에서 인간이 느껴야 할 깨달음을 더 자연스럽게 권고하고 있다. 산과 들의 허리춤에 사람들 발을 묻고 살아가니 자연은 부모처럼 자애롭고 좋은 존재라.

그가 사용하는 언어는 너무 쉽고 평이하여 듣는 이마다 머리를 조아리지 않아도 가슴속으로 직통하고 있다.  슬픔, 恨스러움과 무욕에서 얻는 행복과 감사를 유연하게 진술한다. 그의 소리는 울릴 만큼 크지도 신경질 적으로 날카롭지도 않아 좋다. 따뜻한 녹차 한 모금이 목젖을 타고 내려가며 좁혀진 가슴을 씻어주는 침잠과 위안을 그의 시속에서는 느낀다.
훗날까지도 시어의 여운을 기억나게 한다.

시집가는 딸에게

세월이 빨리 간다 그런 말 있었지요
강물같이 흘러간다 그런 말도 있었구요
우리 딸 어느새 자라 시집간다 그러네요

중략
                  
얘들아 하루하루 작은 일이 소중하다
사랑은 마음속에 숨겨놓은 난초 화분
서로가 살펴주어야 예쁜 꽃이 핀단다

        중략

                          <시집가는 딸에게>에서

       우선 먼저 사랑해라 그리고 신뢰해라
       올라가고 내려오고 널뛰기가 삶이거니
       정이나 섭섭할 때는 좋았던 일 떠올려라

                           <새 애기 들어올 날>에서

애지중지 키워 시집을 가는 딸에게 꼭 주고 싶은 父情이며 교훈이다. 알기로는 서울의 최고 일류대학의 대학원까지 공부를 시킨 딸에게 세상에서 일류가 되라, 富하게 되라, 큰 일을 꿈꾸라 권하지는 않고 작은 일이 소중하다, 마음속에 난초화분 하나 키워라, 상대편을 살펴 주라, 섭섭하면 따지기 전에 좋았던 일을 먼저 떠올려 신뢰하라고 교훈 하는 아버지를 떠나 시집가는 딸의 마음은 어떠할까? 자라면서 부모님에게서 이미 익힌 삶의 지혜가 이미 뿌리내려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에도 새로운 바람에도 딸은 잘 대처할 것이다.

마치 전장에 나가는 병사의 가슴에 작은 시집하나 품고 떠난다면 그는 피비린내 나는 삭막한 전장 터에서도 이를 갈며 한층 싸나워 지거나 원망으로 자신을 소멸하기보다는 냉정과 서정의 내적 교류가 그를 더욱 인간답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그가 총소리가 잠시 멈추는 시간 달빛에 그 시편들을 들어 읽을 만한 여유가 있는 병사라면 말이다.

매화 한 가지

나이 들어 친한 사람 하나 둘 멀어지고
새로이 사귀기는 더더욱 어렵거늘
좋으신 벗님 만남이 어찌 아니 기쁘랴

이 세상 어딘가에 내가 좋은 사람 있고
그도 나 좋아함이 살아있는 복락福樂이라
가슴 속 매화 한 가지 품음 즉도 하옵네

봄이여 어서 오라 꽃이여 피어나라
마음에 꽃 있어야 꽃인 줄 안다는데
그 매화 화들짝 놀라 피어나기 기다려

이 시조는 한 시인에게 羅시인 자신의 마음을 넌즈시 전해주는 글이다. 좋은 벗을 하나 만남이 매화 한 가지 가슴속에 품음 즉 하여 그 매화꽃 화들짝 피도록 봄이 어서 왔으면 하는 바램을 읊었다. 우정이 더욱 돈독해 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진솔하게 표현된 작품이다.
그는 작은 일에도 감사를 표시한다. 감사가 무엇을 이루는 원인이 되게 하라는 성경의 말씀 즉 감사를 우선으로 실천하는 생활 가운데 감사할 일이 점점 많아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한 시인은 말하기를 시인은 풍경이 생성하는 형이상학을 五感하는 감각세포의 깨어남과 베어남이 탁월하여 이미 객관적 관상의 대상이 아니라 시인은 이미 자연 속에 함께 누워 자고 깨고 먹고 살이 되고 그리하면 “시인은 풍경의 발명자이자 철학자이다”라고 얘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는 물질주의에 물들지 않은 남달리 착한 마음씨와 도시적 병을 앓은 일이 없는 누구보다도 깨끗한 눈을 갖고 있다.” “대체로 자연 앞에서 나태주는 학생이나 신자 또는 친구 입장이 되고 있는데……” “어떤 생의 아름다움도 생 바깥에 있지 않다. 그것은 세상을 따뜻한 화해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우리의 작은 실천들 그 속에 있다.
나태주의 시는 이런 작은 실천들의 아름다움을 일깨운다. 그의 시는 어떤 생명 사상보다도 더 깊이 있다.” 표현들은 달라도 이 시인의 품성과 그의 시를 진술하는 내용이 大同小異하다.

감히 이 시인에게 무엇을 주문할 입장이 못 된다. 다만 자유시를 쓰는 서정시인의 시조시에서 우리는 좀 더 압축된 긴장감과 절절한 호소력을 그리고 향토 사상에서도 현대의 문제점을 파헤쳐 내는 날카로운 감수성을 독자들로 하여금 새롭게 인식되어지기를 바란다.
앞으로 많은 시조시를 기대하며 이미 「막동리 소묘」에서 시인은 단시가 지녀야 할 간결성과 응축성 등 4행시의 특징을 살려 보여준 매력은 모든 사람의 기대를 충족시키고도 남을 것이 확실하다.

1971년 박목월 선생의 추천으로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현재까지 「대숲아래서」,「누님의 가을」,「풀 잎 속 작은 길」,「산촌 엽서」등31권의 대표시집과 「풀꽃과 놀다」등 10권의 산문집과 동화집등 50여권의 작품집이 출간되었다.
흙의 문학상, 충청남도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박용래문학상, 시와시학상, 편운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을 수상하였으며 공주 장기초등학교 교장직에서 퇴임하기까지 교내 웹사이트를 열고 들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의 作文을 일일이 지도 격려하며 2세 교육을 하였다.
정년퇴임한 후 현재 공주문화원장을 2회 째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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