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9일 '이 아침에'


   무덥고 목마른 2012년 여름

                                           조옥동/시인
올여름은 지치도록 덥다. 계속 화씨 90도 때로는 100도를 넘는 기록적인 더위에 두 손을 든다.
궂은 날이 있으면 기분 좋은 날도 있듯 며칠은 덥다가 기온이 내려가는 것이 평년의 기후인데 한 달 이상 계속되는 더위로 모두 진이 빠져있다. 출근을 하자마자 실내 온도를 저온으로 맞추고 습관처럼 윈도우 에어컨까지 작동시키면 냉동실에서 일하 듯 한기를 느낄 지경이나 아무도 불평을 않는다.
  복장들이 대부분 가벼워지고 짧아짐은 물론 가운을 입어야 하는 실험실의 안전수칙조차 지켜지지 않는다.

추위도 더위도 참아내지 못하는 나는 이 여름이 매우 힘들다. 너무 더워 문제들이 생기든, 가까운 이들에 문제가 생겨 더 무덥게 느끼든 바이스 버사다.

95세의 노모는 팔이 아파 고생이시다. 대신 내가 아플 수 있으면 좋겠다.
가까운 친구가 콩팥이식을 받으려 검사를 하다 폐와 콩팥 두 곳에 암세포를 발견하여 이를 치료한 후에야 이식이 가능하단다. 친구들과 금식도 하며 중보기도를 하고 있다.
젊었을 때 가르쳤던 중년의 제자 하나는 근무 중 사고로 중상을 입고 큰 수술을 받고 꼼짝을 못하고 누워있다. 같이 늙어가는 제자가 측은하여 마음이 아프다.
은퇴를 하고 칠팔십이 되도록 한평생을 살아 온 부부가 남남으로 헤어지는 가정이 우리들의 이웃에도 생긴다. 인간의 수명이 너무 길어지면서 황혼의 결합만큼 황혼의 이혼 또한 동서양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태풍과 폭우로 농사를 망치고 삶터를 잃었고 어느 곳은 가뭄이 심하여 곡식이 말라 흉년에 식수조차 부족하다.
부동산 경기침체에 밀린 미국의 경제는 높은 실업률을 등에 업고 수년간 중산층을 밑으로 끌어내리고, 1:99의 가진 자와 없는 자의 비율은 아무리 궁리를 해도 쉽게 해결 될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해마다 빚이 천문학적 숫자로 늘어 국가부도 위기를 걱정하는데도 저소득층은 못사는 것이 모두 정치의 잘못인양 국가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려한다. 유럽의 많은 나라가 그렇고 우리가 사는 미국도 별로 다르지 않다.

젊은이들이 어려운 공부를 마치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 몇 만 불 또는 그 이상의 빚쟁이가 되는데 취업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이 몹시 걱정스럽다. 이제 갓 프리스쿨에 들어간 3살짜리 손자 때문에도 관심이 많아짐을 어찌 하랴.


미국과 한국은 대선의 해로 선거일이 3개월 이내로 바짝 다가오는데 누가 가장 적합한 대통령감인지 국민들은 결정을 못하고 있다. 저들의 입에서 쏟아내는 말들은 정책이 아닌 상대편의 흠집 내기에만 열을 올리며 자기를 뽑아 달라 아전인수식 주장이다.

새로 출시되는 아이폰이나 TV는 더 가벼워지고 얇아지고 성능이 향상하는데 정치나 경제는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

월급쟁이에 자녀를 둔 평범한 가정주부인 나 같은 보통사람은 이 여름이 너무 무덥고 갈증이 난다. 드넓은 태평양 바다도 소용없다. ‘강남스타일’의 말춤이라도 배워 신명나게, 아니 진땀이나 내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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