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똥이 떨어지면

2004.08.30 23:05

최영숙 조회 수:505 추천:12

저희 큰 딸 애는 차에 새똥이 떨어지면
환성을 지른답니다.
"엄마! 오늘 좋은 일이 있으려나봐!"
그 애의 말은 그렇게 많은 차 중에, 그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자기가 선택을 받았다는 거지요.
그건 바로 행운이래요.
근데 그 애가 나무 아래에서 집중 사격을 받았다면 뭐라고
할지는 모르겠네요.
안녕하세요?  
에세이집에서 소소한 두 분의 일상을 읽으면서
그곳에서 뵌 두분의 남매처럼 닮은 모습을 자주 떠올렸습니다.
저는 수필을 쓰는 분들을 대하면 좀 경계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 분들의 단정하고 곧은 생활 자세들과 감추지 않고 드러내되
격을 갖추며 올바른 분별로 세상사를 바라보는 식견에 주눅이
들기 때문이지요.
전 살림도 제대로 못하는데다가 (기분따라 움직이니까요.
기분이 따라주면 베리 나이스, 반찬도 잘하고 청소도 잘하다가,
한달 정도 다시 원점) 아이들한테는 지나치게 관대하고
남편에게는 뒤죽박죽 말하거든요.
조선생님 내외분을 만나서 이야기 나눈 것보다 더 많이
'새똥'에서 건져 올렸어요.
두 분의 살아오신 여정과 철학과 나눔에 대하여.
그리고 조선생님, 중요한 부탁이 있습니다.
전 구인환 선생님의 필적을 보고 너무 반갑고
한편으로는 죄송스러웠습니다.
예전에 제 원고에 직접 수정을 가해 주셨던
선생님의 낯익은 글씨체를 한참 들여다 보았습니다.
통속작가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경계해 주시고
어깨에서 힘 빼라고 하시며
제가 써낸 소설의 제목을 보시고 당신은 이렇게
큰 단편소설의 제목은 처음 봤다고 혀를 차대곤
하셨지요. 그 제목이 글쎄 "인간증명서"였거든요.
지금도 대방동 우성 아파트에 살고 계시는지요.
사년전에 통화를 하고는 이러다가 저러다가
소식이 끊겼습니다. 제가 오늘 그래도 미주문학에
제 주소를 갖게 된 건 순전히 선생님 덕분이었는데......
수고스러우시지만 선생님 연락처나 이멜 주소를
제 이멜로 보내 주시면 참으로 감사하겠습니다.
다시 연락이 되면 조선생님 '새똥'을 팔아가며
얼굴 디밀으려구요.  그래도 되지요?
제 이멜 주소는 young@trustjc.com 입니다.
건강하시고, 겨울철에는 비가 온다는 캘리포니아 날씨에
운전 조심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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