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내 뼈속에는 악기가-조옥동.

2005.02.23 01:42

신지혜 조회 수:480 추천:20

NY > 오피니언 > 사설 〈시와의 대화>내뼈속에는악기가-조옥동 내 뼈속에는 악기가 조옥동 내 손끝 하나 닿지 않아도 울리는 소리 은은한 떨림으로 음계를 누른다 뼈마다 마디마다 비바람 궂은 날을 마른 잎 삭풍을 울리는 계절이 오면 겨울 생소나무 가지 눈덩이 매달듯 무겁고 무겁게 뼈 속 깊이 저려오는 음울한 안단테 칸타빌레 내 뼈속에는 악기가 있어 아픔과 슬픔을 조율하는 끝없는 오솔길 앙상한 가지 잿빛 하늘을 깨우며 메마른 뼈 속이 울리는 소리 외로운 노래를 한다. *********** 신 지 혜 시인 뼈 속에 악기가 있다. 삶의 무게중심을 곧추세우고 우리에게 오고 가는 슬픔의 사계를 조율하는 악기가 존재한다고 독특한 감성의, 관조적 성찰로 시인은 묘파한다. 눈보라 속 두려움에 떨고있는 시린 나무를 생각케 한다.견딜 수 없는 힘을 지탱하기 위한 아픈 뼈일수 밖에 없는 그 나무의 외로운 옹심을 생각한다. 우리 지상의 순간들은 한시도 휴식이 없다. 중심의 뼈여, 얼마나 아프겠는가. 우리 세속의 시간들은 늘 흔들리는 좌절과 슬픔에 관성화되어 왔다.그때마다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들었던 시간들을 끌어안았을 그 뼈속의 음계 또한 얼마나 농축된 곡조가 될 것인가. 그 뼈 속 음계만큼 심금을 울리는 음악은 또 이 지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 '아픔과 슬픔을 조율하는' 마치 펜풀룻 음색처럼 저리도록 아픈 음률이 겨울삭풍처럼 빠져나갈 듯 싶다. 안단테 칸타빌레로 천천히 흘러가는 뼈의 연주를 듣는다. 삶을 온통 뒤흔들고 퍼져가는 생의 음악을 들으며 우리들은 한 겨울밤을 지나간다. 뼈 속 음색에 귀를 묻는다. 번져오는 음색의 물살에 마음이 금세 흠뻑 젖어들고야 만다. 조옥동 시인은 충남 부여 출생. '미주한국일보'및 순수문학'에 시, '현대시조'에 시조 및 '한국수필'에 수필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여름에 온 가을엽서'가 있다. 미주시문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재외동포문학상, 현대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뉴욕중앙일보. 입력시간 :2005. 02.22.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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